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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도널드 트럼프의 '나쁜 남자' 가면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식 영어지만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판매기법이 있다. 상품 홍보를 위해 소문을 만들어 퍼트려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소문은 주로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 상품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는 유용한 상품정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에는 민감하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한다. 심리학 테스트에서도 좋은 소문을 옮기는 경우는 7.4%에 불과했지만 나쁜 소문은 무려 92.6%가 전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이즈 마케팅은 정치인들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선거 캠페인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이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장점을 홍보하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폭로하는 것이 유권자에게 강력한 기억을 남긴다.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를 보면 노이즈 마케팅을 연상시킨다. 트럼프가 대선후보 경선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지난 행적이 그렇듯 즉흥적인 일탈 정도로 생각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환영을 했다. 밋밋한 대선 후보 레이스에 트럼프는 흥행몰이의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분위기를 띄우고 퇴장하면 '진짜' 대선 후보가 등장해 본격적인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계산이었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이 금기시했던 영역에서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반이민과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여성과 장애인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정책 방향과 외교 관례를 무시한 '무식한' 발언도 불사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그를 대선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건재하다.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인기와 능력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지지율로 나타나는 인기도 항상 정치적 능력과 평행성을 긋지는 않는다.

CNN과 로고컨설팅그룹이 분석했듯이 짧고 쉬운 '5학년 수준'의 문장을 구사한 트럼프 연설은 골치 아픈 정치적 수사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여기에 젭 부시나 미트 롬니의 단정하고 지적인 이미지도 벗어 던졌다.

기성 정치인과 정당으로부터 소외된 백인 보수층을 기반으로 트럼프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그의 인기는 어떠한 말실수나 스캔들도 막을 만큼 충분히 견고하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정치 평론가들은 대선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정치인 같지 않은 인물'이 트럼프라고 말한다. 가장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대통령 선거의 아이러니다.

트럼프의 '선거 마케팅'은 급격한 인기상승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비도덕적이고 무례한 트럼프를 국민이 대통령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를 혐오하는 일부 공화당원이 반대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는 상황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스티븐 스트라우스 우드로 윌슨 스쿨 방문교수는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캠페인 기간 중 쏟아냈던 발언들을 부인하고 극우에서 중도로 돌아서 온화한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보이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경선은 '탕자'로 치렀지만 본선에서 품격있는 후보로 변신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금까지의 캠페인이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인지, 절제 불능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캠페인이 철저한 계획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트럼프가 '나쁜 남자'의 가면을 벗는다 해도, 그에게서 품격이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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