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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14년만에 완성된 것, 사랑받은 것 모두 기적"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개봉 14일째 1위, 관객 274만명
"태워지는 처녀들 장면 찍는데
나비 날아와 앉아…펑펑 울어"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조정래 감독)이 한국에서 관객 수 3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귀향'은 지난달 24일 한국에서 개봉된 이래 14일째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 수 274만 명(9일 오전 기준)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요즘 '기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가 있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43) 감독이다. 그는 "기획한 지 14년 만에 '귀향'이 완성된 것도, 상영관이 잡힌 것도, 사랑받고 있는 것도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레소리'(2012), '파울볼'(2015) 등 따뜻한 휴먼 영화를 만들었던 조정래 감독이 역사의 비극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14년 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있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을 봤어요. 위안부 소녀들의 시신이 산속 구덩이에서 불태워지는 걸 목격한 할머니의 기억이 담겨 있었죠. 그 때 충격을 받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극을 영화로 만들어 문화적 증거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그들의 넋이 고향에 돌아오기를 바라며, 영화 제목을 귀신 '귀'(鬼), 고향 '향'(鄕)으로 정했다. "그림을 본 직후 불타 죽은 소녀들이 흰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는 그는 "그 꿈을 시작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들고 2008년부터 투자자를 물색하며 "위안부 영화 만들어 망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중국에서 큰 투자자가 나서 주인공을 중국인 여성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이를 거절하자 투자는 무산됐다. 결국 영화 관련 영상을 인터넷에서 본 7만5000여 명의 후원자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12억원을 마련해줬다. 영화는 지난해 6월 두 달간 촬영됐고. '명량'의 윤대원 특수효과 감독 등 스태프들과 신인 배우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을 재현하는 장면을 찍는데,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와 시신들 위에 앉았어요. 그 때 저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들이 펑펑 울었죠."

영화에는 소녀들이 무자비하게 유린당하는 처참한 장면들이 나온다. 그렇게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영화에 묘사된 학대의 수위는 증언집 사례들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됩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뉘앙스로만 전할 수 없었어요. 어린 배우들도 고통스러워 했고, 저 또한 힘들었지만, 영화가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타지에서 숨진 한 분의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버텨냈죠."

조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영화를 보신 피해 할머니가 '우리가 당한 일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줘서 고마워'라고 말씀하실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좀 더 일찍 영화를 완성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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