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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자폐 대학생 아들의 어머니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소년은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었다. 묻는 말에 대꾸를 못하고 불안하게 앉아있는 소년을 그의 어머니는 다그치거나 야단치는 대신 웃으며 기다려 주었다. 엄마는 여름이면 소년을 데리고 자신의 부모가 살고있는 중국에 가서 한달을 보내고 왔다. 그래서 소년은 엄마의 모국어에 유창하다. 고교생이 된 후에는 학교 배구팀에 들어가 열심히 뛰었다. 졸업식 날 그의 어머니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가 상을 받을 때마다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나를 만나기 1년 전에 소년은 자폐증후군(Autistic Spectrum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대신 주로 혼자 있고 자주 주의산만증상을 보이며 작은 소음에도 놀랐다. 많은 자폐아의 경우처럼 소년도 자폐증과 병행해 주의산만증세를 보였다. 즉 지능에 관계없이 지루한 과목의 공부나 숙제를 할 때나 주위에 사람이 많을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

다행히 소년은 아데랄이라는 각성제를 쓰자 좋은 반응을 나타내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높아졌다. 성적도 좋아졌지만 자신감도 높아졌다. 소년에 대해 잘한 점만을 강조해 칭찬하는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성인 자폐증을 겪고 있는 템플 그란딘이라는 교수를 생각하곤 했다. 고기능자폐증(High Functioning Autism)을 보이는 그녀는 가축의 축사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다. 일리노이대학에서 '동물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콜로라도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일한 그녀는 세살까지 전혀 말을 못하고 문제행동아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란딘의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그녀가 잘하는 점이 있으면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자신감이 생기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란딘 교수에게는 평면 설계도를 보고도 입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이런 장점을 발견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유명한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3개월 전 대학교로 떠난 후에 공부도 안 되고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졌으며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몰라서 너무나 외롭다는 내용이었다. 아데랄도 끊어 집중도 안 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성장한 많은 아시안 청소년들은 서구 젊은이들에 비해 사춘기가 늦게 온다. 13~15세를 지나 몇년 뒤에 오는 경향이 많다. 대학시절과 겹치는 나이다. 아마도 아시안 가족들이 경험하는 '집단 자아(Group Identity)'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서 홀로서기를 하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니 힘들 수밖에 없다.

"아드님이 외롭고,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니 다행이네요. 만일 그토록 힘든 데도 밖으로 표현을 못하고 속으로 꾹꾹 참고 있다면 정말 문제가 커지겠지요. 우울증상이 심해지면 집중력은 더욱 나빠질 거고 회복하는데 훨씬 오랜 세월이 걸릴테니까요. 본래 어머니에 대한 믿음이 컸었기에 솔직히 도움을 청하는 것이겠지요. 우선 본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나는 정신과 치료과정에서 3가지 분야에서의 도움을 중요시 한다. 심리적, 신체적, 환경적(사회적) 분야에서의 치료다. 즉 환경적으로는 편안한 가정과 학교가 있어야 하고, 신체적으로는 두뇌 뇌파물질 중 필요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의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약물치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심리적 치료는 환자를 격려해 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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