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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알파고가 연 인공지능 시대

안유회/논설위원

바둑은 잘 두지 못하지만 바둑 해설은 즐겨본다. 구글이 인수한 인공지능회사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바둑 해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첫 날 이세돌이 패하면서 침울함은 인공지능의 디스토피아, 그 헬게이트가 열린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 우울함은 3-0 이세돌의 완패와 함께 절정에 이르렀다. 아마 이런 분위기의 근저를 가장 짧게 잘 표현한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 제목 '오늘은 바둑, 내일은 세계'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이 오늘은 바둑 하나지만 앞으로는 모든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부제인 '이젠 인공지능의 윤리를 생각할 때'와 연결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LA시간으로 12일에 열린 4국에서 이세돌이 승리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정신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한국기원은 재대결을 제의하겠다고 나섰다.

막연한 불안감과 낙관론 사이 어디쯤. 아마도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길은 1~3국과 4국 뒤의 두 가지 반응 사이에 있을 것이다.



최근 퓨리서치가 여론조사를 했다. 50년 안에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로봇과 컴퓨터가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5%가 확실히 그렇게 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묘한 것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은 안전하다고 답한 이들이 80%였다. 젊은층과 고소득.고학력자, 공무원.비영리단체.교육분야 종사자가 '내 일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회사원 가운데는 현재의 직업 대부분이 로봇과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본 이들이 많았다.

여기서 로봇은 인간의 육체를,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다. 그럼 '내 일은 안전하다'고 답한 이들의 직업은 정말 안전할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보면 의문스럽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 천문학적 경우의 수를 판단해 3번 연속 이겼다. 그것도 이세돌을.

최근 전세계 인공지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전망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 수준에 이르는 시기를 2040년으로 꼽은 이들이 절반이나 됐다. 최근엔 인간의 뇌를 역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 다음엔 인간의 감성일 것이다.

대중문화는 이미 오래 전 인류가 인공지능을 만들 때 벌어질 일들을 상상했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간에 반기를 드는 인공지능을 고민했고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인조인간의 차이를 고민했다. 알파고로 이런 일들이 상상 속 세계가 아니라 현실로 한 발 더 다가왔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증기기관-내연기관과 전기-정보기술에 이은 인공지능 시대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인간의 실업이었다. 새 일자리는 생기겠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미래는 우울해 보였다.

이세돌은 마침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올렸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이세돌의 표면적 상대는 알파고지만 진짜 대국자는 100여 명의 박사와 연구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거대 자본이다. 천재 이세돌은 잠시라도 승리를 거둘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은 그나마도 힘들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더 커진 자본이고 양극화의 간격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냉장고는 영원히 냉장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피조물은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만든 자만이 안다. 인간의 두뇌 연구에 대한 경구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은 현실이다. 다만 연구 속도에 맞춰 인공지능을 둘러싼 사회적, 법적, 윤리적, 경제적 문제 연구도 속도를 내는 것이 비관론과 낙관론의 격차를 줄이는 길이다.

새로운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는데 4국을 이긴 뒤 누구와 복기할지 몰라 당황하던 이세돌의 모습이 내 일처럼 안쓰러운 잔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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