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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벚꽃놀이에 담긴 가슴 아픈 역사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3/15 07:19

김태원/객원기자

해마다 3월 중순이 되면 워싱턴DC 벚꽃축제를 즐기기 위해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백만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워싱턴 일 년 관광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효자 행사인 셈이다. 벚꽃축제를 찾는 대부분 관광객은 이 벚꽃이 일본의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에 기증한 것이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번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벚나무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DC의 벚꽃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한인들도 많이 찾는 이 축제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DC에 벚꽃이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 맺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해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을 당시, 배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던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부인 헬렌 태프트를 위한 선물로 일본 정부가 보낸 것이 기원이다. 헬렌 태프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활짝 핀 벚꽃을 보고 감탄하자 그가 영부인이 된 1912년 일본 측이 감사의 표시라며 3020그루의 벚나무를 전달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네들 말대로 한국을 침략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뇌물’로 준 것이 바로 벚꽃이다. 관광객들에게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보고 즐기는 볼거리지만 한국인에게는 나라를 잃게 만든 민족의 한(恨)이 서린 꽃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조선왕조를 말살하려는 의도로 1907년부터 창경궁(宮) 안 건물들을 헐어내고 왕궁을 원(苑)으로 격하시켜 동식물원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언덕과 뜰에는 그들의 상징인 벚나무를 가득 심었다. 조선왕조 마지막 왕인 순종이 백성들이 부담 없이 와서 관람하라고 궁을 원으로 낮췄다지만 실제로는 일제 정책에 굴복하면서 시작된 수치스러운 역사의 단면임은 분명하다.

현재 나이가 60대 이상이라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는 초등학교 시절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러 갔던 봄 소풍장소이고 젊은 연인들에게는 추억의 데이트 장소였고 시골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밤 벚꽃놀이 장소로 기억되던 곳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함께하던 지난 추억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벚꽃축제가 3.1운동이 일어난 3월에 절정을 이룬다는 점이다. 천안에 자리한 아우내 장터에서는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겠다고 독립운동을 시작한 의미깊은 달이었는데 이곳 워싱턴DC에서는 그 나라를 뺏기 위해 뇌물로 준 벚꽃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달이기도 한 것이다.일본이 사쿠라를 심은 또 다른 속내는 세계정치의 심장부인 워싱턴 한복판에 자국의 혼을 심겠다는 정치적인 야욕도 숨어 있었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를 정당화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과거에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지 않고 치졸한 외교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이다.

지금은 화사한 모습으로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포토맥 강변을 아름답게 수놓는 벚꽃,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고 즐겁게 만드는 자연 풍광을 바라보면서 한그루의 꽃나무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표리부동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되새겨보면 벚꽃 축제가 마냥 즐거운 기분으로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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