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벤저민 프랭클린의 '서머타임'

김완신/논설실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하고 부자가 되고 현명해진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그를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의 창안자로 오해하게 만든 경구다. 1784년 프랑스에 특사로 갔던 프랭클린은 '파리 주민들이 일찍 일어나 태양이 떠있는 오전 시간을 많이 활용한다면 초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한다. 이 기고문은 프랭클린의 명언과 연결돼 오해를 가져왔다. 그는 조기 기상의 장점을 언급했을 뿐 서머타임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

최초로 일광절약시간제를 고안한 인물은 뉴질랜드 곤충학자 조지 허드슨이다. 곤충 관찰을 위해 긴 낮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제안은 호응을 받지 못하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6년 독일과 연맹국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일광절약시간제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게 된다. 전시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낮시간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미국에서는 1918년에 잠시 시행됐다가 의회에서 폐지되는 등 정착 과정이 복잡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쟁 시간(War Time)'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후 주별로 다르게 적용되다 1966년 존슨 대통령 시절에 법안이 마련됐다.

미국에서 서머타임 시행 초기에는 기간이 지금처럼 길지 않았다.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작해 11월 첫째 일요일에 해제하는 현행 제도는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확정돼 2007년부터 실시됐다. 연중 33주, 날짜로는 1년 365일의 65%인 238일이 서머타임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미국에서 하와이주와 애리조나주는 일광절약시간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피닉스와 투산 등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을 보이는 도시가 속한 애리조나의 경우 낮시간이 길어지면 냉방기 사용이 많아져 오히려 에너지 절약에 역효과다.

최근 북미 지역과 유럽 등에서 일광절약시간제와 관련해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시 초기만 해도 '햇빛이 비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단순한 원칙이 적용되던 시대였다. 밤시간에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빛을 밝히는 데 사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에너지 절약효과보다는 생체리듬을 깨트려 작업장 사고를 유발하고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저하해,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4년 슈무라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머타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4억34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자동차협회 보고서에서는 서머타임 시행 첫날 교통사고가 평균보다 17%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머타임의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되면서 이를 폐지하려는 움직이도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 칸센 추 의원(민주)은 지난달 서머타임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건강문제와 산업재해를 유발한다며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에너지를 절약해서 얻는 이득보다는 손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지난 100년 동안 실시해 온 일광절약시간제는 시행 초기에 에너지 절약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실제로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시행됐던 서머타임이 아시아로 확산됐었다. 현재는 대부분 이들 국가에서도 폐지된 상태다.

인류가 고안한 가장 '단순하고 획기적인' 에너지 절약법이지만 21세기 들어 에너지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고 에너지원도 다양해졌다. 라이프스타일도 예전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일광절약시간제 실시는 단순히 에너지 절약 관점이 아니라 문화, 지역, 기후, 햇빛 강도, 경제구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00년에 불과한 서머타임은 효과를 의심받고 있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성공한다'는 프랭클린의 경구는 200년을 훨씬 넘어서도 아직 유효한 것 같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