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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낮에도 꿈꾸는 여자

천양곡 신경정신과 전문의

만날 때마다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년 이혼녀가 있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정신병 환자인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항상 남루한 옷만 입고 다니는 그녀를 학생들은 거지라 따돌렸다.

어디서나 말동무할 사람이 없어 그녀는 홀로 Day Dream(몽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여쁜 공주 부잣집 딸 인기배우나 가수가 되는 일몽은 현실 세계 도피의 좋은 길이었다.

일몽(日夢)으로 히죽히죽 웃어대는 그녀를 동네 사람들은 돌아버린 계집아이로 여겼다. 심리학자 에릭슨 박사 말대로 보살펴줄 부모나 다른 성인 관계가 끊어 졌을 때 정신 분열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케이스가 바로 이 경우다.

사춘기 때부터 작은 아버지한테 성 학대를 당하다 가출한 후 술ㆍ마약에 몸을 팔다가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하니 생후 처음으로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술과 마약이 없어도 잠도 잘 오고 꿈도 좋은 꿈만 꾸어 아주 살 것 같았다. 그 때부터 낮의 몽상보다 밤의 꿈이 좋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에 말이 없던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며 설혹 꿈을 꾸지 않는 날에는 지어내서라도 떠들어 댔다.

20세기 초만 해도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꼭 물었다.

당시는 정신분석 이론이 주름 잡던 시대로 프로이드 박사가 쓴 '꿈의 해석'은 만인의 참고서처럼 읽혀졌다. 책에 의하면 '꿈이란 무의식 속에 억눌린 어린 시절의 욕망들이 정상적 감각 경로가 아닌 환각 체제(환청ㆍ환시 등)를 통해 변형돼 나타나는 현상'이라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과학자 아젤리스크는 우연한 기회에 잠자는 사람들 눈꺼풀의 정기적 움직임을 보았다.

자세히 관찰하니 눈꺼풀이 아니라 그 밑에 있는 눈동자가 90분마다 왔다갔다 하는 현상으로 이 때 꿈을 꾸고 있다 하여 R.E.M Sleep이라 이름 붙였다. 프로이드의 꿈에 대한 이론을 완전히 녹아웃 시킨 획기적 발견이었다.

1950년 쯤부터 발달한 자연과학은 새로운 정신과 약의 출현에 기여했고 무엇이든지 빠를수록 좋다는 베이비 부머들의 사회풍조는 정신과 치료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증거도 없는 무의식의 존재 자로 잴 수 없는 정신치료의 효과 오랜 시간에 걸친 꿈의 해석 같은 단어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대신 단시간에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물 복용이 주 치료 방법이 됐다.

그러나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은 단숨에 수 백장을 찍는 X-Ray기계 양자를 이용한 영상 촬영 자력 영상 촬영 등 최신식 검사 기구들을 만들어 예전엔 잘 몰랐던 마음ㆍ기억ㆍ영성 등을 이해하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기억 특히 의식이 없을 때 일어나는 기억을 연구하려면 꿈에 대한 설명을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때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했던 꿈이 다시 큰 관심을 가진 연구 대상이 됐다. 잠 자는 동안 기억이 어떠한 길을 거쳐 뇌 세포 속으로 저장되느냐 하는 연구는 꿈을 환자 치료의 중요한 정보의 하나로 끌어올리게 된 것이다.

프로이드가 "꿈이란 빨리 사라져 버리므로 붙잡기가 힘들다" 했으나 이제는 심리적ㆍ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뇌세포에 간직된 꿈의 내용을 환자로 하여금 기억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꿈 치료 방법이 점점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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