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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신의 영역은 인간의 마음 안에

이규용 신부 / 성크리스토퍼성당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4대 1로 패배했다. 1996년 딥블루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도전한 지 20년 만에 인공지능이 '신의 영역'이라 불리던 바둑에 도전한 것이다.

이에 유명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디스토피아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인류는 하나가 되어 인간을 응원하면서도 과연 인공지능이 신의 영역을 정복했는지 확인하고자 대국을 지켜 보았다.

세 번 연속 패배하면서 절망에 가득 찼던 인류는 네 번째 대국을 승리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 인공지능은 완벽하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라고 일컬어지는 '제78수'이후로 알파고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제5국에서도 구글측은 알파고가 초반에 실수를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어떤 기자는 이런 인공지능의 버그성 실수들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의학에도 적용될 경우 일어날 혼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알파고의 불완전성을 이세돌은 단 한 번의 값진 승리로 증명해 보였다.

결과와 관계없이 다섯 번 대국의 최대 수혜자는 구글 회사라고 한다. 겨우 백만 달러의 우승 상금으로 수조 원 수준의 부가가치 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대국의 최대 수혜자를 이세돌 9단으로 보고 싶다. 이세돌은 구글이라는 거대 자본주의 세력과 혼자서 싸운 셈이고,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와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알파고를 상대로 단 하나의 두뇌와 커피 한잔으로 맞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알파고가 아닌 이세돌에게 더 열광하였고 그는 돈보다 더 값진 것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다섯 번의 대국은 신의 영역에 어느 정도 도달한 경기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 주인공은 알파고가 아니라 인간이다. 기계는 사실 인간을 능가하지 않으면 아무런 존재 의미가 없다. 포크레인은 인간보다 땅을 잘 파야, 계산기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해야 존재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며 하느님께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다시 돌아오라고 창조되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목적을 가지고 창의성과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인간을 완전히 능가할 수는 없다. 공자는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이세돌은 "바둑은 즐거워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라 했다. 진정 바둑을 사랑하며 두는 멋진 남자다. 이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사랑할 줄 아는 인간만이 신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인간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모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platerl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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