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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매'

박낙희/OC취재팀 차장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조종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자축해야 한다는 자위적인 평가도 나왔다.

보다 '인간 같은' 인공지능을 위해 구글이 막대한 투자로 개발에 매진하고 사람들도 이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편협한 시각일 수 있겠으나 달리면 걷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지는 인간의 습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같은 욕구가 기술개발과 발전을 통해 IT세상을 연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했다고 치자. 그럼 남아도는 시간과 노동력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궁금해진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이(Wall-E)'가 묘사한 미래의 세상과 흡사하지 않을까.

모든 생산, 서비스 행위를 인공지능 로봇이 담당하고 사람들은 걷는 것조차 귀찮아 퍼스널 모빌에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먹고 자고 놀다 보니 넘어지면 일어서지도 못하는 이상 체형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까지 될까 의구심이 들지만 오늘날 일상 생활을 보면 조짐이 보이는 듯하다.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불과 10여 년 사이에 현대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언제 어디서나 전화나 채팅은 기본이고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즉석에서 얻을 수 있는 등 손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져 버리거나 잊혀져 가고 있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 예가 수첩이다. 중요한 일정이나 메모, 전화번호부 역할을 하던 수첩이 이젠 스마트폰에 밀려 보기 힘들어졌다. 온라인 저장소인 클라우드에 백업이 다 돼있어 수첩처럼 잃어버려 안절부절 못하는 일은 없지만 손때 묻은 옛 수첩을 들쳐보며 추억을 돌이켜 보는 맛은 더 이상 느낄 수가 없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기억력이나 머릿속 저장 공간은 줄고 있지 않나 싶다.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친구와 거래처 전화번호를 이름만 대면 줄줄 외우던 시절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 전화번호조차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또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니 수차례 갔던 길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길치'가 돼 버렸다. 조금 더 편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디지털 치매'를 자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한'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면 내 삶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는지….

하지만 그토록 뛰어난 바둑실력을 지닌 인공지능 알파고라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으로 사람을 위협하기는커녕 흉내를 내기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작은 위안으로 삼고 싶다.

스마트폰을 선택한 주체가 내 자신이니 결국 '디지털 치매'를 자초한 것도 나라고 할 수 있듯이 '똑똑한' 인공지능을 지배하느냐 지배 당하느냐도 인간의 선택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똑똑함보다는 이성과 감성을 지닌 인간의 현명함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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