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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백내장 수술을 받고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나의 두 눈을 거울 속에서 보았다. 안경을 써야만 보이던 것들이 '맨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받은 백내장 수술 덕분이다.

"아니 그 수술을 벌써 받았어?" 선배들이 혀를 끌끌 차신다. 본인들은 70여세 정도에서야 받았다면서. 5년전에 받았던 각막 수술 이후 백내장이 일찍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받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처럼 나도 병원가기를 싫어한다. 미루고 미루다가 밤 운전이 어려워져서야 할 수 없이 갔고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그 열매는 달았다! 안경 없이 내 눈썹을 다듬을 수도 있다. 게다가 고통이 없는 과정이었다. 수술 당일 낮에 병원에 도착하여 침대에 누웠다. 링겔 주사를 팔에 꽂은 채 바야흐로 환자 티를 내려 '폼'을 잡았다.

나의 보호자로 따라온 둘째 딸의 동정어린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딸은 내 손을 꼬옥 잡아주며 한 마디 한다.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감동이 휩쓴다. 이제는 부모로서의 책임을 완성했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인 듯하다.



응석을 좀 부리려는데 마취과 의사 '닥터 로'가 다가왔다. "아주 신속히 작용하는 마취 약물을 정맥 주사를 통해 주입하면 편히 잠이 들 겁니다. 안과 의사가 눈 주위에 국소 마취를 한 뒤 뿌옇게 된 본인의 렌즈를 빼내고 새로운 인공 렌즈로 바꾸어 끼우지요. 아주 빨리 끝나는 수술입니다."

닥터 로는 수년 전에 정년 은퇴(65세)를 한 후에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칠순이 넘은 분이다. 반쪽이 마비되어 있다. 그런데 누구도 이 분의 능력을 의심치 않는다. 사지의 움직임이나 지능에는 별 지장이 없는 이 성실한 노 의사는 그래서 낮병원에 오는 불안한 환자들을 편안하게 돌보아준다. 나처럼 건강한 환자들도 마음이야 불안하니까.

중국 이민 1세인 그의 영어 액센트는 부자유한 입놀림 때문에 바짝 정신을 차려서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성의 있고 자세한 설명은 이런 단점을 모두 덮고도 남는다. 간호사가 마취약 주사를 들고 내 침대 옆으로 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눈을 누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주 희미하고 먼 곳에서….

눈을 떠보니 딸 옆의 침대에 멀쩡히 누어있다. "내가 수술 여기서 받았니?" "아니 엄마는 수술방에 갔다가 방금 다시 돌아왔어요."

도대체 기억이 없다. 그야말로 정지 되어버린 시간들이다. 나의 안과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온다. 수술이 잘되었으니 집에 가도 된다고 한다. 일주일간의 회복기도 꿀과 같은 시간이었다. 멀쩡한 몸에 하는 일없이 소설 테이프나 듣고 있으니 너무나 팔자가 편해서 황송했다. 환자의 특권을 톡톡히 음미하였다.

이제 날이 밝았다. 그간 기다리고 있던 나의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아침이다. 나를 치료하고 도와준 의사들과 간호사 그리고 모든 의료팀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마음이 솟는다. 그들의 따스한 마음에 보답하는 지름길은 오늘 나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더욱 자상하고 성실하게 치료를 베푸는 것이리라.

한 달 후에나 새 안경을 맞춰서 쓸 수 있다니 그때 까지는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성급하게 행동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게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더욱 마음 상하게 하지는 않을는지? 시력이 적응될 때 까지 더욱 친절한 말씨로 미소를 지으며 최선을 다하자. 그들의 몸과 마음에 평안을 줄 수 있도록….

병원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힘 있고 빨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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