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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LA중앙일보] 발행 2016/03/25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6/03/24 21:44

이종호/OC본부장

조선시대에도 베스트셀러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조선시대엔 서점이란 게 없었다. 인쇄술이 발달했다지만 정작 책의 인쇄 출판은 국가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의미의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있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널리 읽힌 책들은 있었다. 조선은 유교 국가였던 만큼 사대부라면 사서오경을 읽고 또 읽어야 했다. 사서란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말한다. 오경은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다. 그밖에 동국통감, 자치통감 강목 같은 역사서도 선비들의 필독서였다. 어릴 때는 천자문부터 시작해 소학, 명심보감, 동몽선습, 격몽요결 같은 책을 차례로 공부해야 했다. 말하자면 이런 책들이 그나마 조선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들일까? 마케팅 전문 사이트 스퀴두닷컴이 지난 5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톱10을 조사,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1등은 역시 성경이다. 무려 39억 권이나 팔렸다. 2위는 마오쩌둥 어록. 8억2000만권이 팔렸다. 팔렸다기보다 10억 넘는 중국인들이 의무적으로 읽어야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설들이다. 3위는 해리포터 시리즈(4억권), 4위 반지의 제왕(1억권), 5위 연금술사(6500만권), 6위가 다빈치코드(5700만권)다. 7위는 트와일라잇 사가(4300만권), 8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3300만권), 9위는 자기계발서인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3000만권), 그리고 마지막 10위는 안네의 일기(2700만권)였다. 모두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들이라는 광고 수식어가 붙는 책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이런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있을까? 물론 있다. 올해로 발간 50년을 맞는 '수학의 정석'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서울대 수학과 출신의 홍성대. 족집게 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1966년, 28세 때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발간 첫 해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수학 참고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4500만권이나 된다는 것.

나도 책을 몇 권 출간해 봐서 알지만 많은 저자들의 소박한 꿈은 초판이라도 다 팔려 재판을 찍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2000~3000부 찍는 초판이 다 팔리는 경우는 백에 서넛 될까 말까 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4500만부라니.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무색하지 않다.

'정석'엔 비할 바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수학 책이 또 있다. '수학 비타민' '수학 콘서트'라는 책이다. 저자는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수학을 이야기 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 인기를 끈 스타 교수다. 최근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비례대표 1번은 그 정당의 성격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 수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저자를 발탁한 이유가 무엇일까. 알파고 바둑 열풍 덕에 두뇌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수학자를 전격 발탁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억지스럽다. 오히려 그보다는 수학보다 훨씬 어렵고 골치 아픈 대한민국 정치도 수학 문제 풀 듯 속 시원히 풀어주기를 기대해서라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첫 대학구조 개혁위원이었고 지금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 입당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거기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까지 받고 있다. 제1야당의 비례대표 1번의 향후 입지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수학자로서, 또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이런 불편한 문제들은 또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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