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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샌더스가 3월에 LA에 온 까닭

안유회/논설위원

지난 23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출마자 버니 샌더스가 LA에 왔다. 지지자들은 유세가 예정된 한인타운 윌턴극장 건물을 감싸고 입장을 기다렸다. 인종별로 보면 의외로 히스패닉이 많았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샌더스는 왜 3월에 LA에 왔을까? 가주 경선은 끝물인 6월이다. 당장 급한 곳이 많을텐데.

그건 어쩌면 자신의 지지자와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1일 열린 수퍼화요일에서 샌더스가 패하자 판세는 기울었다는 시각이 많았다. 15일 미니 수퍼화요일에서 샌더스는 다시 패했고 사실상 경선은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수퍼화요일 패배 뒤 샌더스 참모들이 제일 먼저 한 말은 "우린 포기하지 않는다. 우린 어떻게 이길지 알고 있다"였다. 미니 수퍼화요일 패배 뒤에도 샌더스의 대답은 같았다. "포기하지 않는다."



샌더스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실탄이라 불리는 선거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평균 27달러인 소액 기부금은 1억3000만 달러를 넘었다. 실탄이 있는 한 유세를 계속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단순하게 산수로 계산했을 때 게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과반을 확보할 때까지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선 경선에서 흔히 보았던 대세나 판세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언제나 정면돌파를 택했던 샌더스의 정치 이력과도 어울린다.

샌더스의 LA 방문은 그래서 대선을 중간 점검하는 계기로 적당한 듯하다. 지난 25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도 "샌더스는 경선을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26일 열린 워싱턴.하와이.알래스카주 경선에서 샌더스가 승리했다. 그의 일성은 "우리에겐 승리로 가는 길이 있다"였다.

현재의 판세는 조직력과 세력의 클린턴이 돌풍의 샌더스를 밀어붙이다가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경선은 후반부로 돌입했고 게임은 생각보다 오래 갈 형국이다. 앞으로 남은 경선은 4월 19일 뉴욕(대의원 247명), 4월 26일 펜실베이니아(189명) 등 5개 주, 6월 7일 가주(475명).뉴저지(125명) 등 6개 주다. 27일 현재 클린턴은 대의원 1712명을, 샌더스는 1004명을 확보했다. 샌더스의 전략은 야구로 따지면 콜드게임을 당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서부, 특히 가주까지 끌고와 9회말 역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LA 방문은 여기서 9회 경기를 하겠다는 선언이 아닐까.

경선 반환점을 통과한 지금 공화당의 트럼프 돌풍은 샌더스 바람보다 더 거세다. 당 안팎의 필사적인 저지 노력에도 트럼프는 대의원 739명을 확보해 크루즈의 465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양당에서 거세게 부는 기득권에 대한 돌풍을 샌더스는 '정치혁명', 트럼프는 '미국 우선'이라고 부른다. 중산층 재건을 외치는 샌더스에게 자유무역협정은 우선순위 이슈가 아니고 노동계급의 일자리 복원을 내세우는 트럼프에게 외국과의 군사협정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돌풍을 '계급투쟁'이나 '제2의 내전'으로 부른다. 4년의 선택으로 끝날 바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4회에 걸친 장문의 탐사보도를 내놓고 돌풍의 근원으로 분노를 지목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것을 찾아 정치적 각성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는 분열된 국가지만 그 혼란은 위대한 격변이라고 파악했다.

물론 미국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좌우될 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얼마든지 사회적, 경제적 의제와 정책 방향을 새로 설정할 수 있다.

돌풍은 지금의 기세로 보면 대선이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고 10년, 혹은 한 세대를 관통하며 미국 사회의 새로운 방향 설정을 둘러싸고 휘몰아 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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