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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옆집 사는 이웃, 소셜미디어의 이웃

오수연 / 경제부 차장

지난 주말 레몬을 수확했다. 여름이 되기 전인데도 하늘을 찌를 듯 자라 올라간 레몬 나무를 가지치기하다가 뜻하지 않게 얻은 레몬들이다. 나무 뒤편을 보니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레몬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만큼 노란 레몬이 탐스러웠다. 족히 100여 개의 레몬을 따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오랜만에 이웃집 초인종을 눌렀다. 이래저래 레몬청도 담그고 음식에 넣어 먹어도 차고 넘칠 것 같아 조금씩 이웃과 나누기로 해서다. 평소 인사 정도나 하는 이웃이지만 우리 이웃들은 정겹다. 지난 여름에는 앞집에 사는 이웃이 농장에서 구입했다며 커다란 수박 한통을 들고 초인종을 눌렀고 또 다른 집은 돼지고기를 색다르게 양념까지 해서 나눠줘 저녁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지만 딱히 기회가 없던 터에 레몬으로 이웃집 초인종을 누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생각해 보면 이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담을 함께 쓰는 옆집을 제외하고 다른 이웃에 대해서는 가족이 몇 명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데… 참 무심하게도 살았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그 무심함을 반성하게 했다. 드라마 속 이웃들은 삭막한 2016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아픔은 같이하고 기쁨을 나누고 친구이고 가족이고 형제였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쯤일까. 먼 옛날 얘기다.



요즘 들리는 얘기들은 차갑기 그지없다. 층간소음으로 다투는 이웃들, 아동학대를 보고도 방치한 이웃들, 같은 아파트의 이웃이 죽었는데도 몇 달간 몰랐다는 사람들…무섭도록 차가운 무관심이다. 어쩌면 우린 바쁜 일상을 핑계로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때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이웃들을 외면하고 사는 게 아닌지.

사무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10년 넘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의 이웃' 동료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지만 사실 친한 동료들이 아니고는 서로서로 개인적인 사정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얼마전 회사 선배가 가족의 아픈 소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렸다. 업무 외에는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던 선배였다. 댓글을 통해서나마 짧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회사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선배지만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가입만 하고 수년 동안 들어가지 않다가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보니 온라인상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따뜻했다. 정겨운 이웃이 있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동료의 아이들도, 못 본 사이 훌쩍 커버린 친구의 아이들이 있었고, 휴가간 동료는 무엇을 하고 지내지도 보였다.

조금은 다른 방법이지만 내 주변 이웃과의 소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하는 것도 '무관심'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조금 촌스러워도 '1988스럽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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