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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뭐 하는 당인지 당최 '헷갈린당'

태평양 건너와 딴나라당 만들고 사는 LA주민이라 해도 최소 금주와 다음주는 한국 4·13 총선이 최대 이슈다. 어제는 이번 총선용 투표 용지가 30cm 자 길이를 훌쩍 넘겨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무려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이란다.

21개? 대체 언제 어디서 스물 한개나 되는 정당이 후다닥 튀어나왔나 싶어 투표용지 사진을 들여다보니 낯익은 듯 생소한 듯 닮은 듯 다른 이름들이 정답 못찾게 꼬아 만든 시험 답안처럼 줄지어 있다.

현 여야를 뺀 나머지 이름들은 한결같이 생소하다. 엄밀히 말하면 민주당, 공화당, 한나라당, 노동당같이 이름은 전혀 생소하지 않은데 그 정체는 생소한 정당들도 있다.

가자코리아,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같은 색다른 이름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고 내려오다 이름 세개에서 철커덕 막혔다. 친반국민대통합, 친반평화통일당, 친반통일당이 대체 뭐라지?



친 반국민대통합이면 국민대통합을 반대한다는 말인가? 아니 '찬'반인데 '친'반으로 오자 낸 중도 정당들인가? 요즘엔 정치인들도 중학생들처럼 준말 암호를 쓰나? 하다가 '반'이 반대의 뜻이 아니라는 설명에 바보처럼 쓴웃음만 남았다. 하긴 '친박'에 익숙한 국민들이라 '친반'도 쉽게 알 것으로 여겼을테다. 환경이 다른 곳에 사는 재외국민은 그러려니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제각각의 정당을 구성했을 때는 제각각 뜻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텐데, 장장 33. 4cm 종이 위에 빼곡히 줄 선 이름들에서 나는 그 '뜻한 바'의 차이를 캐치하기가 어려웠다.

이름에서 정당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은 철학과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을 명확히 규합하고 소구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지지자를 제한하는 이면이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덜고자 줄타기를 하며 고심한 것일테다.

사실 온라인 세상에도 무궁무진 자유 발랄한 '당'들이 많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나 클리앙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는 별의별 알록달록 '당'들이 별처럼 명멸한다. 하지만 온라인의 당 이름은 누가 봐도 명쾌하다.

2만여명의 트위터리안을 거느린 솔로탈출 모임의 이름은 그냥 '솔로당'이다. 나이 직업 재산 상관없이 갑을 안 따지며 반말로 주고받는 '반말한당'과 영화 동호인들의 모임인 '영화본당'도 8천~9천 회원이 '모여서 하는 일'이 이름에 명확히 드러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팔로우를 하면서 '친한 척' 해주는 '친하당', 여자 168센티 남자 180센티 이상만 모이는 '키크당', 진종일 심심해서 빈둥거리는 사람들의 모임인 '빈둥당' 자동차 동호인 모임인 '굴러간당', 안드로이드 기기 유저 모임인 '안드로메당'도 재밌다. 자료 관리 프로그램인 에버노트 유저 모임의 이름은 '적는당' 생활체육 소모임 은 '땀흘린당'이다. 심플하다.

친근한 이름에 목적도 뚜렷한 온라인 그룹의 재기발랄한 '당' 들은 자발적인 이합집산이 언제든 가능한 그야말로 평민 친목 모임이니 공당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긴 하다. 하지만 동참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인 정당의 이름에서 아무런 감흥을 못 느끼고 갈 곳 몰라 망연한 건 나만의 문제인가?

'철학을 담아낼 마땅한 이름이 없는 것인지 이름 속에 담아낼 철학이 없는 것인지'를 의문했던 방송 앵커의 코멘트를 떠올리며 브라우저를 닫으려는 순간 '기권당 만들자'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멈칫했다.


최주미 디지털부 차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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