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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친구따라 만난 음악

김동민/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작곡가 박창수 대표가 자신의 집에서 처음 열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홈콘서트 시리즈다. ‘하우스콘서트’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집에서 열리는 작은 규모의 음악회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연주자와 관객이 같은 마룻바닥 앉아 함께 음악적인 소통을 이루어간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자신의 연희동 단독주택 2층을 개조해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첫 5년 동안 음악회를 열었고, 그 후 도곡동에 하우스콘서트를 위한 스튜디오를 열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우스콘서트에서는 관객들에게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50여 명의 관객들은 반드시 마룻바닥에 앉아야 한다. 의자에 익숙한 사람들을 굳이 바닥에 앉도록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소리 때문이다. 마루를 타고 바닥 전체를 울리는 피아노 연주를 귀 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악’ 이전에 ‘소리’라는 보다 원초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대형 연주장에서는 결코 맛 볼 수 없는 친밀하면서도 매우 독특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우스콘서트가 관객에게만 특별한 곳은 아니다.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 피아니스트 이경숙 같은 연주자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스타의 반열에 오른 김선욱, 조성진 등과 같은 연주자들도 유명세를 타기 이전부터 이 무대에 섰다. 자신의 숨소리에 오롯이 집중하는 관객의 실재를 피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런 음악회를 마다할 연주자가 누가 있을까? 하우스콘서트는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의 풀뿌리 공연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한국에 하우스콘서트가 있다면 미국에는 그룹뮤즈(Groupmuse)가 있다. 샘 보드킨(Sam Bodkin)은 친구 집 지하실에서 처음으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 푸가(Grosse Fuge)'를 들었다. 절친 때문에 듣게 되었던 음악은 그를 충격으로 빠뜨렸다. 샘 보드킨의 머리는 온통 음악 생각 뿐이었다. 이후 6개월 동안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자신이 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졸업한 이 젊은이는 고향 보스턴으로 돌아와 그룹뮤즈를 시작했다.



개인 집에서 소규모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박창수 대표가 시작한 하우스콘서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룹뮤즈는 좀 더 자유롭다. 하우스콘서트가 기획된 공연을 정해진 장소에서 제공하는 탑-다운(top-down) 형식라면, 그룹뮤즈는 음악회를 열고 싶은 개인이 그룹뮤즈에 요청하는 바텀-업(botton-up)이다. 그래서 샘 보드킨은 그룹뮤즈를 “챔버 뮤직 하우스 파티”라고 표현했다. 파티를 여는 사람이 자기 집을 오픈해 사람들을 초청하면 음악회가 펼쳐진다. 콘서트를 열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희망 날짜, 수용 가능 인원, 원하는 악기편성을 정하면 그룹뮤즈에서 적합한 연주자를 섭외해서 집으로 보내준다. 그야말로 사람 10명이 구겨져 들어갈 공간만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음악회를 열 수 있는 것이다.

좁디좁은 뉴욕 아파트에서의 연주는 그야말로 누가 연주자이고 관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연주자와 관객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파티의 주인이 초청한 친구들외에 그룹뮤즈의 콘서트 공지를 본 사람들은 집주인의 동의하에 누구나 참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끼리만의 파티가 아닌 음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이 되는 지점이다. 하우스콘서트의 관객이 2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불특정 청중을 맞이한다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콘서트 파티가 끝나면 모인 사람들이 모자를 돌려 모여진 도네이션은 그날의 연주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샘 보드킨과 마찬가지로 박창수 대표 역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듣던 기억이 하우스콘서트의 예술적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친구따라 간 그들의 강남은 음악이었다. 그들처럼 음악과 더불어 풍요로운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제2·제3의 샘 보드킨과 박창수가 계속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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