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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럽 축구 감독의 '하인 리더십'

[LA중앙일보] 발행 2016/04/08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04/07 21:08

오세진/디지털부 기자

리더십(Leadership). 우리말로는 지도력이다.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내는 능력을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성공하려면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능력이란, 구성원의 장점을 파악하고 동기를 부여해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마키아벨리 리더십을 실현한 사람이 있다. 유럽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스터시티FC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이다. 레스터시티는 5일 현재 승점 69점(20승 9무 3패)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손흥민이 뛰는 2위 토트넘(승점 62)에 7점 차로 앞서 있다. 팀당 6~7경기가 남은 막바지라 레스터시티의 우승 가능성이 크다.

라니에리 감독은 인터밀란과 첼시 등의 사령탑을 지낸 경력이 있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실력은 있지만 성공할 수 없는 감독'으로 평가받았었다. 과감한 전술 시도를 하다 패배를 맛본 경험이 많았다. 그리스 대표팀을 이끌던 때에는 4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기도 했다. 언론은 그를 "자기 중심적인 지도자, 특급 선수를 쓸 줄 모르는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라니에리 감독이 레스터시티에 부임했을 때도 그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팀은 2부 리그를 전전했었고, 최근 간신히 1부 리그로 올라와서도 하위권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 출신인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라니에리 팀이 우승을 하면 속옷만 입고 방송에 출연하겠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은 보란듯이 예상을 뒤엎었다. 리네커는 속옷 바람으로 카메라 앞에 설 준비를 해야 할 처지다.

비법이 바로 마키아벨리 리더십이었다. 유럽 언론은 '서번트(Servant·하인) 리더십'이라고도 부른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생각을 크게 바꿨더니 결과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중심이 아니라, 선수 중심의 팀을 만들었다. 선수들의 특징을 키워 팀워크를 구축했다. 늘 선수들에게 '믿는다'고 말했다. 먼저 다가가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공장 노동자 출신 무명 선수였던 제이미 바디(28·잉글랜드)도 정상급 선수가 됐다. 바디는 올 시즌 19골을 터뜨리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바디는 "감독과 대화를 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팀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믿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 제대로 된 리더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선거철을 맞은 정치판은 너도나도 '새 정치', '혁신 정치'를 하겠다며 자신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혁신과 변화의 리더십'을 앞세워 경제 위기에서 탈출할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도전과 혁신, 변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성공의 공로는 자신이 갖고 실패의 탓은 팀원에게만 돌리는 리더, 구성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강압적 소통을 일삼는 리더, 또 구성원들의 능력을 저평가하기만 하는 리더는 혁신과 변화의 큰 걸림돌이다. 그 걸림돌을 빼내고, 신뢰와 소통의 리더를 뽑는 것. 그게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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