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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킹코' 회사 이야기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소년은 초등학교 2학년을 낙제했다. 그나마 고등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대학에 갔지만 성적은 C 와 D가 전부였다.

그는 심한 난독증(Dyslexia)과 주의산만증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천성인 호기심만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그가 샌타바바라 주립 대학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발견했다. 복사를 하려고 복사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이었다. 복사 비용은 한 페이지 당 10센트였다.

주의산만증 환자들의 특징인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충동 기질을 그는 발휘했다. 복사기 한 대를 사들여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5000달러를 빌려서 시작한 가게에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다. 긴 줄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빨간 곱슬머리의 이 대학생 주인의 별명은 '킹코(Kinko)'였다. 얼마 전에 2040억 달러에 판매된 '주식회사 킹코' 설립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공부를 못한 것이 어떤 점에서는 이득이 된 셈이지요. 저는 순간순간을 살아가야 했으니까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자본화 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주의산만증이 있는 사람들은 워낙 호기심이 많지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대신에 자신이 본 것은 금방 믿지요. 아마 이 때문에 제가 엉뚱한 것들을 시작하게 되었나봅니다."

복사를 하려고 왔던 대학생 손님들은 "컴퓨터가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폴 오팔리아(Paul Orfalea) 즉 '킹코'는 이 기회를 잡았다. '킹코 복사회사'에 컴퓨터를 들여놓았다. 자연히 주위의 가게 주인들이 이를 사용하러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는 가게 안에 앉아있으면 좀이 쑤셨어요. 그리고 사람을 좋아해서 이사람 저사람 만나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나봅니다. 아마 제가 정상적(?) 주인들처럼 열심히 가게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지금의 '킹코'는 없었을 겁니다."

주의산만증 증상이 오히려 사업에는 도움이 된 셈이다. "저는 글도 잘 못쓰고 팩스 기계도 만질 줄 몰랐어요. 그러니 이런 면에 탁월한 직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들을 믿고 가게를 맡긴 것이 결국은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가 페덱스(FedEx) 회사에 사업체를 매매하고 편안하게 은퇴를 한 나이는 54세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 배우지요. 그러니 이렇게 '다른' 아이들도 그들만의 장점을 발견해서 키워주면 낙오자가 적어질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자칫했으면 스펠링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에 머물고 말았을 겁니다."

많은 한인들이 고국을 떠나서 미국으로 온다. 그리고 많은 이민자들은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그런 이민 승리자들 중에는 진단이 되지 않은 주의산만증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이 병을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시작한 것은 아 나라에서도 약 20년 정도의 짧은 역사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병 같지도 않은 병'이다.

그런데 성질이 급하고 술을 폭음하며 부인이나 자녀에게 손찌검도 하는 확률이 크다. 이들에게는 주의산만증을 가진 자녀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머리는 좋은데 숙제를 잃어버려서 성적이 떨어진다. 이들이야말로 부모님의 참을성 있는 격려가 필요하다.

'킹코'처럼 그들이 가진 감춰진 창조성들을 개발시키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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