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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종이책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김완신/논설실장

전자책이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대중화되면서 매년 세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불과 3년 만에 매출이 13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수천년간 지식과 정보 전달의 유일한 매개였던 종이를 디지털이 대신한 것이다.

전자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이책의 최후'에 대한 예언도 난무했다. 2015년이 되면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를 앞설 것이라고 했고, 심지어 2015년에는 종이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왔다. 휴대에 용이하고 읽기에 편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자책과 경쟁할 종이책의 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출판의 미래는 디지털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불과 수년만에 깨졌다. 2016년 현재 종이책은 여전히 남아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멈춘 전자책은 2013년에는 성장세가 34%로 급감했고 매년 하강하는 추세다. 미국출판협회(AAP)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2015년 상반기 중 미국의 전자책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반면 종이책 매출은 전년대비 12.5% 늘었다. 전체 매출 규모에서도 종이책이 전자책을 앞서고 있다. 종이책 매출이 늘면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미국의 개인 서점 수도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2010년 1410개였던 점포가 2015년에는 1721개로 늘었다.

전자책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 출판 관계자들은 빠른 시간 내에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둘의 관계를 대체재로 본 것이다. '종이'보다 '디지털'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단이어서 독자들이 전자책을 선호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2009년 보스턴 소재 명문사립고 쿠싱 아카데미가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산화 작업을 통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대체해 '책 없는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도서관 관계자들은 전자도서관이 미래형 도서관의 대세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관에는 종이책이 있다.

전자책은 방대한 정보를 간편하게 저장해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자책의 장점이 효율성에 주목하는 것에 비해 종이책의 장점은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종이책의 장점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게재한 후 읽게 한 결과 종이책을 통한 독서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려운 철학적 내용이거나 복잡한 과학이론의 경우에는 종이책의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아메리칸대학의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 교수의 연구에서도 대학생의 92%가 '더 집중할 수 있고 학습효과도 높다'는 이유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런 교수는 "전자책은 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내용 자체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스크린의 전자파도 독서에 지장을 준다"고 설명한다.

종이책의 건재 이유는 전자책의 단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종이책이 가진 가치와 특성을 부인할 수 없다. 2000년 가까이 정보 전달의 '그릇' 역할을 하면서 인류에게 각인된 종이책의 감성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독일 쿠텐베르크 대학의 전자책 전문가 크리스토프 블레시 교수는 "전자책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감성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며 "이는 전자책이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로버트 단턴 전 하버드대 도서관 디렉터도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고 전자책과 상호보완 관계로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자책의 편의성이 종이책의 감성을 이기지 못한다. 디지털 만능의 시대에 종이책의 '반란'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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