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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스킬의 가치’ 바꿔 … 10년마다 직업 바꾸는 시대 왔다

'포스트 휴먼시대' 진단 - 미래학자 제리 카플란

인간 능가하는 로봇 논의는 잘못
고용·부의 불평등 확산이 더 심각
문제는 일자리 아닌 ‘노동의 성격’
일자리 줄지만 새 일자리도 생겨

지금 가장 취약한 직업은 운전사
인구 줄어드는 한국, AI 덕 볼 것


인공지능(AI) 시대,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자리다. 노동의 미래에 대해 묻기 위해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의 제리 카플란(64) 펠로(fellow)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가 최적의 인터뷰 대상이다. 공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카플란은 AI 시대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연쇄창업가(serialentrepreneur)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노동 문제와 직결된 '인간은 필요 없다(Humans Need Not Apply·사진)'의 한글판이 출간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인간은 필요 없다'의 집필 동기는.

"AI 담론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인간과 경쟁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에 대한 논의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동화가 고용·부(富)·불평등 같은 당면한 사회적 문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주장과 달리) 일자리 자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바뀌는 것은 노동의 성격이다. 왜냐하면 AI는 오래 전 시작된 자동화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자동화에는 노동의 성격을 바꾸는 효과가 있다. AI는 일부 일자리를 없애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가장 취약한 일자리는.

"어떤 작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척도가 있으며, 그 작업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기법을 체계화(codification)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가장 취약하다. 정신노동이건 육체노동이건 똑같다. 미국에서는 300만에 달하는 운전기사들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 20~30년 내로 차량 운전이 자동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학교에서 가르치는 스킬(skill)이 미래에도 경제적인 가치가 있게끔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노동 시장에 이미 나온 사람들의 재교육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개선해야 한다. 10~15년마다 직업을 바꾸는 게 정상적인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미국에선 정치가 AI 시대에 잘 대비하고 있나.

"미국은 지금 힘있는 자와 가진 자에 대한 혁명기를 거치고 있다. 트럼프·샌더스 현상은 '계급 반란(class revolt)의 징후다. 다행히 '폭력혁명'이 아니라 '정치혁명'이다. 폭력으로 흐르지 않게 방지하는 정치적인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약속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사실 일자리 제공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할 일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여건을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겠지만, 향후 20~50년 동안은 상당한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 AI가 야기할 사회혼란을 피하려면 AI에 대한 장벽을 쌓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사실 어느 나라든 스스로 원한다면 AI에 대해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로부터 스스로 배제되는 것이다. 그러나그런 나라는 가난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나머지, 즉 새로운 기술을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한국 같은 나라는 점점 더 부자 나라가 될 것이며 국민도 평균적으로는 더 잘살 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인구수가 줄기 시작한다. AI의 일자리 없애기가 가속화되면 오히려 인구 감소가 '축복'일 가능성도 있는가.

"전적으로 그렇다. 한국의 경우 AI 같은 신기술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인구감소 시기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AI같은 기술 덕분에 더욱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게 될 것이다."

-예컨대 50년 후 100년 후에는 로봇 성직자가 등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계는 사람이 아니다. 종교 리더십 같은 많은 분야는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핵심적인 답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내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경외심을 지닌 게 인간이다. 로봇을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인 척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봇과 의미 있는 감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AI 시대의 승자와 패자는 누가 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불행히도 로봇과 AI 시스템을 만들고 소유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갈 것이다. 그래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것이다. 수많은 규제와 정책이 부자에게 유리하다. 보다 포용적인(inclusive) 사회를 만들어 부가 사회에 보다 넓게 분배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제리 카플란=펜컴퓨팅·태블릿 분야의 선구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 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 곳을 매각했다. 그가 구상한 특허 기술을 이베이(eBay)가 구매했다.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펠로인 그는 컴퓨터공학과에서 인공지능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스타트업(Startup·1999)』은 비즈니스위크 선정 올해의 10대 도서로 선정됐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포브스·비즈니스위크 등 매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취재원이다. 시카고대(1972년 역사학·과학철학 학사)와 펜실베이니아대(컴퓨터·정보공학 박사)에서 각각 공부했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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