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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남의 집에서만 일어나는 일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검은 머리를 길게 빗어 넘긴 18세의 내 환자는 앉아서 울기만 했다. 훌륭한 가톨릭 계열 하이스쿨을 졸업했다고 한다. 이제 몇 달 후면 유명한 대학교에서 새로운 대학생활을 할 기뻐할 처지이다.

피정을 하러 갔던 산속에서 너무나 괴로워 정신과를 찾아왔다고 했다. "제가 아무리 성스럽고 거룩한 것들을 생각하려 해도 자꾸 나쁜 장면들이 눈에 나타나고 그런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떠올라서 괴로워요. 정말 순결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저는 나중에 좋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더러운 생각이 자꾸 드니 결혼도 못하겠죠?"

한참을 울고 나서 소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더러운 기억들을 자세히 밝혔다.

교사인 어머니와 사업가 아버지가 직장으로 나가면 당시 다섯 살짜리 소녀를 돌본 것은 13세짜리 사촌 오빠였다. 오빠는 소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 소녀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고 구강 접촉을 시켰다. 손가락을 삽입하거나 온몸을 더듬던 기억이 날 때마다 소녀는 자신이 추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8살 때에는 더욱 심한 상처를 어른인 삼촌으로부터 받았단다. "제가 변소에 가면 따라와서 저에게 남자처럼 서서 소변을 보게 했어요."

17세가 되어서야 소녀는 학교의 상담교사에게 '추한 비밀'을 밝힐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두 살 위의 언니도 자신과 비슷한 성추행을 당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니는 지금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만 이렇게 약한지 모르겠어요."

"깊은 상처가 있을 때 그것을 드러내고 치유를 받는 것은 용감한 태도이지요. 물론 당장에는 피를 철철 쏟는 듯한 고통이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장래에 자신을 진정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지요. 당신은 어린 시절 아무 방어 능력이 없는 희생자일 뿐이었습니다. 자꾸 괴로운 장면을 덮어버리는 대신에 말로나 글로 또는 다른 방법으로 표출시키며 새로운 힘을 찾으세요. 장래에 원만한 부부 관계나 가정을 갖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 소녀처럼 어린이가 어른이나 청소년에게서 성적인 학대를 받는 일이 미국에서 2분30초마다 한건씩 일어나고 있다. 이들 중 3분의1은 12세 이전에 학대를 당했다. 7%의 피해자 아동은 6세 이하였다. 어린이를 성추행한 가해자의 40%는 청소년들이었다.

부모의 불화 부모가 마약이나 음주벽을 가진 경우 너무나 엄격하고 형벌을 많이 하는 부모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파서 누워 있거나 부재중인 집안 계부와 사는 가정 발달 장애아나 정신 지체아 장님이나 농아의 경우에 빈도가 높다고 한다.

가해자가 가까운 친척이나 베이비시터처럼 믿고 친한 사람이었을 경우에 아이들의 심리적 타격은 더욱 커진다.

나의 환자처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거나 불안증 마약 중독 우울증 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들 중에는 수업에 지장이 오거나 수면장애 몸의 여러 곳이 원인 없이 아프거나 심하면 자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일은 늘 남의 집에서나 일어날 것으로 많은 부모들은 생각한다. 4 5세 이상의 어린이들은 많은 '나쁜 일'은 '내 잘못'으로 여겨서 더욱 수치스러워 한다. 가족이 알게 되면 야단맞을까봐 오랫동안 비밀로 지킨다. 불행한 일은 어느 집에나 일어날 수 있다. 그 후에 얼마나 아이를 도와주고 현명한 대응을 하느냐는 완전히 부모의 몫이다. 아이의 먼 장래를 위해 부모가 용감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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