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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부산영화제에 표현의 자유를

안유회/논설위원

18일 한국 영화계가 "부산영화제(BIFF)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9개 영화 단체 회원이 과반수 응답에 90% 이상의 찬성으로 참가 거부를 결정했다. 올해로 21회째인 부산영화제가 10월 개막 6개월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근원은 2014년 19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79개국 314편에 이르는 상영작 가운데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놓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충돌했다.

서 부산시장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이빙벨'을 상영 안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상영작 선정은 프로그래머들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여기에)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가 고수해 온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상영을 강행했다.

영화제가 끝나고 한 달 뒤 감사원과 부산시가 영화제 감사에 들어갔고 부산시는 이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부산시는 집행위원장 등 2명을 지원금 부실 집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은 줄게 됐다. 서 시장은 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고 이 집행위원장을 해촉했다. 부산시는 또 영화제의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영화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2006년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이후 최대의 집단 행동이다. 영화인들의 요구는 작게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크게는 표현의 자유다.

특정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는 것은 특정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어떤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문화 영역처럼 영화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먹고 자란다. 표현의 자유는 강물과 같다. 흐르게 내버려 두면 강줄기를 따라 문화가 꽃핀다. 막으면 문화는 죽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이 나온 배경이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힘도 표현의 자유다. 영화인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라는 형식에 담았고 관객들은 이야기의 바다에 빠져 환호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자리를 부산영화제에 뺏긴 동경영화제는 10여년 전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총리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총리가 도착하고 얼마 뒤 정전이 됐고 개막식은 엉망이 됐다. 그 소식을 보면서 '어지간해선 부산영화제를 이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미국의 영화 전문잡지에서 한국은 '영화광의 나라'로 불렸다. 그 영화광들, 영화인과 관객이 부산영화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었다. 부산시는 거들었을 뿐이다.

정책을 편다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부산영화제만한 축제가 나오진 않는다. 축제는 표현의 자유가 흐르는 강가에 창작자와 관객이 몰려들 때만 열린다. 그러니 스스로 영화제의 스위치를 내리면 안된다.

문화는,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는, 특히 영상은 파급력이 넓다. 미국은 1930년대 이미 문화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국가 전략사업으로 규정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전세계적 영향력은 비행기와 영화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비행기는 물리적 거리를, 영화는 심리적 거리를 줄였다.

지금 한국의 영상산업은 한국과 외국인의 심리적 거리를 급속도로 줄이고 있다. 드라마 촬영장으로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과 한국 화장품의 급성장을 관광업계와 제조업이 잘해서라고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게 다 한국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덕분이다. 그러니 부산영화제를 내버려 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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