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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있어도 무관심 속에 따로 따로

‘장애인의 날’…한인교계 장애 사역의 현실은

일부 대형교회만 장애 부서 운영
한인교회들 노력 계몽 이루어져
일반 교인들 사이 인식 미미
장애인 사역 포괄적이지 못해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현재 한인교계 장애인 전문 사역자들에 따르면 한인사회 내 장애인(발달장애인 포함)은 1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장애인 사역을 위한 전문 부서 또는 시설을 두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한인교계의 장애인 사역의 현실을 짚어봤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장애인의 달(4월)을 맞아 본지는 남가주 지역 주요 한인 대형교회(교인 수 2000명 이상)들의 4월달 주보를 분석해봤다. 하지만, 특별히 '장애인의 달' 또는 '장애인의 날'을 주보를 통해 공지한 교회는 없었다. 장애인 특별 행사나 연합 예배 등의 일정도 마련되지 않았다.



LA지역 한인교회에서 장애인 사역 봉사자로 일하는 이병진(46)씨는 "아마 대다수의 교인이 4월이 '장애인의 달'인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봉사자를 제외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교인이 교회에서 함께 교류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 지붕 아래 있어도 무관심 속에 교회에 다니는 게 장애인들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 교인과 분리된 현실과 달리 장애인 사역은 생각보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재 ANC온누리교회(장애인 부서명ㆍGM), 나성영락교회(소망부), 남가주사랑의교회(사랑부), 베델한인교회(소망부), 에브리데이교회(향기마을), 은혜한인교회(지저스 라이트), 인랜드교회(뉴호프센터) 등 주요 한인교회들은 장애인을 위한 전담 사역 부서를 운영중에 있다. 대부분 부서는 2000년대 초중반 신설됐다. 풀러턴 지역에는 남가주농아교회도 있다.

장애인 선교 단체로는 밀알선교단이 각 교회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위한 연합 행사를 1년에 두 번씩 개최하고 있다. 또, '장애인을 사랑하는 사역자들의 모임(IDMA)', 조이장애센터, 샬롬장애인선교회 등이 활동중이다.

김의구 목사(ANC온누리교회 장애인 부서)는 "한인교계의 노력 덕분에 지난 10년 사이 장애인 사역에 대한 홍보와 계몽 등이 많이 이루어진 편"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풀타임 사역자를 장애인 부서에 전담 배치할 수 있는 교회가 많지 않고, 일반 교인 사이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반면,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이 가능한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현실상 중소형 교회는 장애인 부서를 설립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장애인 사역은 재정은 물론 시설과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작은 규모의 교회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게 사실"이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장애인들이 대형교회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대형교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인교회의 장애인 사역이 발달장애인에게만 치중돼있고, 포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샬롬장애인선교회 박모세 목사는 "오늘날 한인 교회들의 사역을 보면 대부분 지적장애인에게만 편중돼있다"며 "반면 신체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고 실제 그들을 위한 사역이나 시설, 프로그램 등은 별로 없다. 장애인들이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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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내 장애까지 창조하신 분”

뇌병변장애 조현철 목사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예배
그것이 예수가 보인 교회 모델


조현철 목사(41)는 뇌병변장애(뇌성마비)가 있다. 그를 향한 시선에는 “어떻게 그 조건으로 목회를 할 수 있느냐”는 편견이 존재한다. 조 목사는 아주사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복음주의교회연합(EC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남가주 밀알선교단, 세리토스장로교회를 거쳐 현재는 오렌지힐교회에서 행정목사로 사역중이다. 지난 9일 조 목사를 만나 장애에 대한 시선과 편견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 때문에 목회가 힘들지 않나.
“왜 안 힘들겠나. 하지만, 중학교 때 회심하고 그때부터 목사가 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정확한 발음 전달을 위해 혼자 방에서 설교 연습도 했고, 강아지를 데려다가 손을 얹고 안수 연습도 했다. 지금은 다른 목사보다 조금 느릴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편견과 차별이 많았을 텐데.

“(웃음) 한 예로 대학 원서를 내러 갔을 때 ‘그런 몸으로 학업이 힘들 것’이라며 ‘받아줄 수 없다’고 대놓고 말하더라. 목사 안수를 받으려 할 때도 ‘신체가 건강한 자’라는 규정 때문에 나를 받아주는 교단이 없었다. 목회지를 구하려고 2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낸 적도 있다. 장애 때문에 모두 거절당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왜 목사가 되려고 했나.

“어렸을 때 내 장애에 대한 원망이 많았다.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예수를 만났다. 내가 죄인이고,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그분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됐다. 하나님은 실수가 없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나의 약점을 비롯한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 은혜를 다른 이에게도 전하며 살고 싶었다.”

-장애인과 일반교인과의 괴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괴리가 존재한다. 유아세례는 허락하면서 장애인 세례는 허락하지 않는 교회도 많다. 예배도 따로 드리지 않나. 장애인끼리 예배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예배 때 일반 교인에게 방해가 되거나 불편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건 성경적이거나 예수님이 보여주신 교회의 모델은 아니다.”

-왜 통합이 어려울까.

“내가 ‘통합’을 말하면 사람들은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게 꼭 ‘이상’한 건 아니지 않나.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분은 소외되고, 약한 자를 위해서도 사역하셨다. 예수는 그런 이들을 공동체 안으로 복귀시키고 복음으로 회복시키셨다. 물론 일반인에게는 장애인이 많이 불편할 거다. 그러나 정말 복음 안에서 한 공동체, 한 가족이 된다는 것…그 관점에서는 어떤 사람도 제외될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가 구현되는 곳이 바로 교회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어떤 목사가 되고 싶나.

“분명 다른 목사보다 목회가 힘든 부분이 있다. 사람들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 목사들도 장애만 없을 뿐 다들 약점이 있지 않나. 나 같은 목사도 일반인 사역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성경도 가르치고, 교인들과 교제도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이 내가 가진 장애를 보기보다 그 약점을 들어서 사용하시는 크신 하나님을 봤으면 좋겠다. 그 하나님을 전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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