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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업] 아동 학대와 교육적 훈육의 경계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920~30년대 미국사회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간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심한 경우 굶기거나 길에 버리는 학대행위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의회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말을 비롯한 동물들의 학대를 법으로 금했다.

당시 한 마을에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신적인 학대를 받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의 부모는 심한 매질은 물론 걸핏하면 며칠씩 굶겼다. 어린이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교회의 전도사는 부모의 행동을 교화시켜 달라고 목사와 장로들에게 하소연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크리스천인 부모가 그럴리 없다. 부모가 아이를 제일 잘 알아 훈육시킬테니 절대로 타인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답답한 전도사는 아이의 사정을 적어 대도시의 판사에게 보냈다. 판사도 교회 관계자들처럼 "부모의 행동이 옳을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양심을 가진 미국시민이 자기 자녀를 학대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자녀 학대행위를 오랫동안 보아온 목격자들이 있었다. 응급실의 소아과 의사들은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갓난 아기들의 대퇴골이 부서졌거나 갈비뼈가 부러졌다가 저절로 나은 상처 투성이의 가슴 사진들을 발견했다. 한 소아과 의사가 이런 병례들을 모아 학회잡지에 기고했다. 그는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일수록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거나 주위로부터 고립된 경우가 많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러나 학회지는 그의 논문을 실어주지 않았다.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학대했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해 그 의사는 소아과 학회에 연사로 나와 논문을 발표하며 전국의 신문기자들을 초청했다. 논문 내용이 전국에 알려지자 의회는 1960년대 후반에 아동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미성년 아동이 육체적·정신적·성적으로 성인(부모 포함)의 학대를 받는다고 의심이 되면 신고자의 신분을 감추고 경찰이나 아동보호국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교사, 소아과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등이 학대를 받는 것이 의심되는 아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전문인 면허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즉 확인은 경찰이나 아동보호국에서 하기 때문에 보고하는 사람은 의심의 여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해야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아동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경찰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불행중 다행이다. 특히 학생이 장기 결석하는 경우, 경찰이나 학교가 조사를 해야한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학교에 연락없이 미성년자 학생이 무단 결석을 하는 경우, 부모가 범법자 취급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출장 온 어느 목사가 설교 도중 이민 1세 부모들에게 "이곳에서는 자식을 때리면 감옥에 간다니 깊숙한 골방에 끌고가서 자녀를 훈육시켜라"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체벌을 하는 부모는 없다. 훈육을 하려다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 이성을 잃게 돼 아이들에게 신체적인 학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법이란 약해지기 쉬운 우리 이성의 감정 억제기능을 돕는 방패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들고 자신이 살아왔던 문화와 다르다고 해도 부모는 법은 지켜야 한다. 부모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살았던 아이는 커서 자식들에게 같은 학대를 할 확률이 높다. 아동학대를 하지 않는 것은 법을 지키는 문제 이전에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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