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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99% 아이스크림'에 담긴 신념

정치엔 염증을 내도 정치인에게 열광하는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버니 샌더스 열풍'도 그중 하나다. 인물이나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런 민심을 읽었는지 벤&제리(Ben&Jerry)라는 아이스크림 업체가 지난 1월 말 '버니의 열망(Berine's Yearning)'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은 아니고 샌더스 지원을 위한 한시적 제품이다. 내용물은 아이스크림 위를 초콜릿으로 덮은 형태로, 이름만큼 거창하지는 않다. 초콜릿은 상위 1%의 부유층을, 아이스크림은 나머지 99%를 의미한다고 한다. 업체측은 먼저 초콜릿을 부숴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의 대부분을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다'는 샌더스의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제품의 등장 배경에는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벤 코헨과 제리 그린필드가 있다. 이들이 샌더스의 열렬한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벤&제리 사의 트위터에 게재된 한 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벤과 제리가 경찰에 체포된 장면이었다. 혐의는 시위중 불법 행위. 두 사람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돈 정치' 규탄 시위에 참석했다 수갑을 찼다. 시위대의 구호는 '돈 정치를 몰아내자'였다. 정가로 흘러 들어가는 막대한 로비자금이 정치 부패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아닌 국민에게 정치 권력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체포된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경찰서에 4시간 동안 구금이 됐다 풀려났고 다음 날 50달러의 벌금을 납부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초범이 아니었다. 불법 시위혐의로 체포된 것이 벤은 이번이 세 번째, 제리는 두 번째였다. 이라크전쟁 반대와 수단의 민간인 학살 규탄 시위에 참석했다가 역시 붙잡힌 전력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당했다. 수갑 찬 기업인들의 단골 메뉴인 공금유용이나 뇌물제공, 탈세 등의 혐의와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왜 시위에 참여했나' 라는 질문에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주저없이 답한다. "아무리 법이라도 그것이 부당하다면 이에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두 사람은 현역 시절 가치경영을 강조했다고 한다.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이윤 창출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윤보다 먼저'라는 원칙을 세우고 직원과 고객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업의 존재 가치와 사회적 책임에 주목한 것이다. '돈 벌어 내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부류와는 애초 달랐던 셈이다.

기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이런 신념을 과감히 실천으로 옮겼다. 매년 수익의 7.5%를 사회에 환원하고 직원들의 임금도 올려줬다. 사내에서 가장 임금을 적게 받는 직원도 최소 연방 최저임금의 배를 받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사내 임금 격차의 최소화다. 가장 연봉이 높은 사람과 최저 연봉자의 격차가 5배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규정을 정했다. 대기업 고위 경영진의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 논란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두 사람의 행동에 대해 비난보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많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신념과 열정이다. 벤과 제리를 도로로 나서게 한 동력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편안한 은퇴생활 대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행동으로 옮긴 두 사람은 그래서 더 멋져 보인다.

'못가진 자'들 편에 서주는 '가진 자'들이 있고, 이런 모습이 왜곡없이 수용되는 미국사회의 다양성과 유연함을 본 것도 또 다른 소득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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