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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잠든 한국 유물 100년 만에 깨어나다

자연사박물관 프라이빗 전시 동행 취재
전 디렉터 로이 챕맨 앤드류 수집품 첫 공개
사진·비디오, 모자·무기 등 희귀 유물 선보여

100여 년간 맨해튼의 미국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잠자던 한국 유물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세계 굴지의 박물관으로 뉴욕의 심볼인 이곳 수장고에는 1869년 설립 후부터 세계 각지에 탐험가들을 파견해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유물들이 소장돼 있다. 인류학 분야에서 소장된 한국 관련 자료와 유물들도 수천 점에 달한다. 본지는 25일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회장 로버트 털리)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라이빗 전시를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맨해튼 어퍼웨스트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 뒷문. 한인.중국인 등 아시안부터 백인까지 다양한 인종의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원 40여 명이 100년 전 '조용한 아침의 나라' 코리아를 만나기 위해 모였다. 박물관 측이 공개하기로 한 물품들은 100여 년 전 자연사박물관 디렉터였던 로이 챕맨 앤드류가 지금의 남한과 북한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 수백 장과 당시 서울의 모습을 담은 12분짜리 비디오, 또 한국의 선교사를 통해 전달 받은 수천 점의 유물 중 다양한 종류의 모자와 활 화살통 등 사냥 무기 등이다.

당시의 몇몇 사진들이 약 30년 전쯤 박물관에서 전시된 적이 있지만 모자와 무기 등의 유물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유물 관람은 20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1부(수장고 유물과 영상)와 2부(사진 자료 100여 점)로 나뉘어 진행됐다. 박물관 내부를 미로처럼 돌아 들어가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깊숙한 수장고. 세계 각국의 희귀 자료들이 고이 잠자고 있는 나무와 유리로 된 캐비넷을 좌우로 하고 걸어가자 육중한 문이 하나 더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니 대형 냉동고 같은 캐비넷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인 로렐 켄달 박물관 인류학과 과장은 "수백 년 이상 된 유물이나 사료들 중 빛을 보면 손상되거나 습도나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물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유물들은 이처럼 철저한 유물 보관 시스템의 보호를 받다가 오늘 드디어 프라이빗 전시를 위해 한 세기만의 바깥 나들이를 한 셈이다.

우선 당시의 박물관 디렉터 앤드류가 촬영한 12분짜리 영상이 흥미를 끌었다. 이 영상은 당시 서울 남대문 일대를 촬영해 자막과 함께 편집한 것으로 저잣거리에서 열린 공연을 즐기는 서민들의 모습과 빨래터에서 아낙네 10여 명이 빨래감을 다듬이 돌에 얹어놓고 두들기는 모습, 영상을 찍는 외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100년 전 조선인들의 얼굴과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상에 포함된 자막에는 "일본이 부패한 정권으로 황폐화된 조선의 벌거벗은 언덕들을 훌륭하게 녹지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이 영상 제작자의 친일 성향까지도 느낄 수가 있다.

'경달래'라는 한국 이름까지 명함에 새기고 다닐 정도로 친한파인 인류학자 켄달 과장은 "1970년대 초에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수년간 머문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자주 간다"며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나라"라며 오늘날의 한국에 관해 추가 설명을 보탰다.

조선시대 포졸이나 무사가 썼을 법한 투구의 붉은 물감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바래지 않아 신비감을 더했다. 갑옷의 일종으로 쓰인 붉은색 전복(戰服) 내부를 켄달 과장이 손에 장갑을 낀 채 자세히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얇은 천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춰보면 화살이 병사의 몸을 관통할 수 없게끔 네모난 고무가 촘촘히 덧대어져 있다. 오른쪽에는 화살과 화살통, 활이 전시됐는데 화살통에는 사슴과 구름,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등 당시 토속신앙을 반영한 문양들로 섬세하게 장식돼 있다.

영상이 상영되는 앞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갓과 삿갓, 어린 여자아이들이 쓰던 장식용 모자 등 각양각색의 모자들, 죽은 이에게 입히는 수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에서 봤을 법한 넓은 챙의 여성용 모자 등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박물관 내부의 도서관에서 계속된 2부 전시에서는 190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 200여 장이 공개됐다. 특히 북한 함경북도 무산 지역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오며 찍은 사진들은 조선 말기 한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사진을 촬영한 앤드류가 조선 복식을 한 채 곰방대를 물고 찍은 사진도 함께 전시돼 당시 조선인의 복색이 어땠을까 여겼던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한편 이번 프라이빗 전시는 털리 회장이 온라인으로 구하게 된 내셔널지오그래픽 1919년 7월호에서 1900년대 초반 한국의 모습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의 출처를 찾다가 앤드류의 존재를 알게 돼 7년 전쯤부터 박물관 측에 다른 한국 유물들의 공개와 전시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박물관은 미리 예약할 경우 화~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사진 자료들을 공개하며 유물들은 연구자들이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그룹 관람객에 한해서만 공개하고 있다. libref@amnh.org 212-769-5400.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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