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2.0°

2019.12.07(Sat)

[삶의 향기]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

[LA중앙일보] 발행 2016/04/2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6/04/25 18:59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개벽의 시대에 '말씀'이 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

개벽이란 인류사에서 고대와 초기문명시대를 거쳐 문명시대로 진입하여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일컫는다.

그 시대를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1883-1969)는 사상이나 철학, 종교 등 인류정신문명의 원천이며 그를 구동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된 시대란 의미로, 좁게는 기원전 6세기 전후를 '기축 시대'(Axial age)라고 불렀다.

그 시대에 동양의 노자와 공자,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많은 현자들이 지혜의 빛을 다투어 들어내었다.

우주의 신비와 뭇 생명들의 기원, 그리고 인간정신의 내밀한 속내를 나름대로 들여다본 그들 현자들은, 천(天)과 신(神)을 천명하고 자연의 섭리를 주창하거나 혹은 물신의 영묘함을 들어, 수천 년에 걸쳐 인류에게 지혜의 원천이 되었으며 수많은 추종세력들을 확보하게 된다.

그즈음 동양과 서양의 분수령인 인도에서는 오랜 세월 토착화한 브라만이란 민족종교가 전인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종교의 제사만능주의와 카스트 제도의 적폐에 따른 회의와 반동으로, 서북부 갠지스 강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 신흥종교들의 맹아가 우후죽순처럼 싹터 올라 각기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었다.

인류의 으뜸가는 현자들에 의해 발아되고 뜸 들여진 사상과, 또 그 틈새를 비집고 발흥한 삿된 사상들에 의해 오도된 지적 종교적 혼돈의 소용돌이 시대에, 인도에서는 석가모니(석존)라는 위대한 성인이 탄생했다.

앞세운 석존의 '말씀'은 하늘 위 하늘 아래 나보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어 우리는 저마다 둘 없는 존엄함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불행히도 이 세상은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각자 자신을 구원케 하고 세상을 평안토록 하리라는 선언적 발심이라 하겠다.

탄생하자마자 사자후로 토하셨다는 탄생설화 중의 이 말씀은, 인격의 완성자인 그 분을 흠모하고 숭신하는 후세인들이 그 분의 사상과 철학, 지나온 삶의 궤적을 헤아려서, 그에 걸맞게 '탄생의 변(辨)'으로 삼은 것이다.

아무튼 그 말씀은 인간의 삶이 절대자나 초인적 위력에 의한 숙명론적 결정론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성을 일깨운 인간선언이다. 인류사에 전무후무한 이러한 언명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분명, 목숨을 건 혁명적 사건이며 위대한 인간승리이다.

또한 중생은 불변하는 실체의 부재를 자기고집으로 부정하는 무지로, '환(幻)으로 존재하는 것'에 집착한다. 그로 야기된 고통의 질곡에 속절없는 중생을 위해, 연기(緣起). 무자성(無自性). 공(空)의 지혜로써 중생의 해방을 구현하겠다는 거룩한 서원이기도 하다.

오는 5월 14일(불기 2560년)은 지혜와 자비의 화신으로 대웅의 웅혼한 삶을 사셨던 성인께서, 인류의 역사 안으로 첫발을 내디뎌 나투신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부처님탄생 봉축법어는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이다. 자기성찰과 이타적 배려, 관용적 공감으로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간절한 의미일 것이다.

musagusa@naver.com

관련기사 금주의 종교 기사 모음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