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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업] 공황장애 극복한 한인 청년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는 오버타임도 많고 저만 열심히 일하면 대우가 좋아요."

한인 청년 톰을 만난 것은 9년 전. 그가 19세 되던 해였다. 고교 졸업 후 부모님을 돕기 위해 들어간 직장에서 그는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경험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며 숨쉬기가 힘들더니 바닥에 넘어졌다. 구급차에는 그는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입이 바짝 마르고 정신은 어질어질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응급실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나중에 그는 라이프케어 센터를 찾아왔다. 오정열 심리학 박사와 나, 새길교회 박소영 목사님이 20년 전 보험이 없어도 한인이면 누구나 자신과 가족의 정신적인 아픔을 의논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 곳이다. 한인에게 가장 많은 질병 중 하나가 톰과 같은 공황장애나 불안 증세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젊은이에 많지만 초등학교 학생에서 노인까지 예외가 없는 증상이다.

동물이 생존하려면 스트레스에 대비하여 도망가거나 싸우는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 필수적이다. 달려드는 사자를 피해 죽을 힘을 향해 도망치거나(flight)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슴의 본능이 같은 포유동물인 인간에게도 있다. 단지 그 스트레스의 종류가 사자 대신 상사의 불편한 눈빛이나 가족간의 불화일 수도 있다.



도망치거나 싸워야 할 상태라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심장의 피를 사지에 보내 근육에 에너지가 많아져야 빨리 뛰거나 싸울 수 있을테니 심장 박동수가 높아진다. 허파로 들어온 산소를 근육세포에 나르고 찌꺼기로 나온 탄산개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려면 숨을 거세게 그리고 빨리 쉬어야 하니 호흡이 멎을 정도로 빨라진다.

그래서 과잉배출로 산소가 몸 속에 많이 투입되고 탄산개스가 배출되면 몸의 알칼리 성분이 높아져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지게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종이봉이에 대고 숨을 쉬면 자신이 내놓은 탄산개스를 다시 들이마시게 되어서 몸이 알칼리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싸우려다 보니 우리가 일부러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율계 신경, 특히 교감신경기능들이 항진되어서 근육들이 강직되고 등의 근육이 하루에도 몇번씩 자신도 모르게 조여져 허리는 물론 온 몸이 아프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랑하며 사용하는 전두엽이 미처 알기도 전에 포유동물의 뇌에 속하는 번연계와 양서류에도 있는 대뇌 기저부에서 발생한다. 인간의 의지나 이성이 힘을 쓸 사이가 없다.

그래서 톰같은 환자에게 우리는 네 가지 치료방법을 권한다. 심리적 상담 치료, 약물·운동·식생활 등 신체적 치료, 가정·학교·직장의 환경 적응 및 개선을 꾀하는 사회적 치료, 기도·명상·봉사 등 영적인 치료다.

톰은 증상이 좋아지자 약을 끊었다가 재발한 뒤로 졸로프트라는 항우울제를 사용하며 개인 상담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톰은 이제 집을 살 계획이란다. 그간 열심히 사귀어 온 여자친구와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부지런히 노력하며 어려운 공황장애를 훌륭히 극복하고 앞날을 대비해 가는 톰의 앞날에 큰 축복이 있기를 아름다운 오후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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