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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권위

이규용 신부 / 성크리스토퍼 성당

몇 년 전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면 평생을 선교로 헌신하셨던 나이 많은 독일인 신부님께 상담과 고해성사를 받곤 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과는 달리, 이 독일인 신부님은 나에게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며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으시고 아주 단순한 말씀으로 나를 격려하시곤 했다.

"힘내! 용기를 가져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에 정말로 위로를 얻고 힘을 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의 한 격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공은 다음 세 가지 일에 달렸다. '누가 말하는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말하는가'. 이 셋 중에서 '무엇을 말하는가'가 가장 덜 중요하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인 'Ethos' 'Pathos' 'Logos'와 관련된 것이다.

'누가 말하는가'는 말하는 이의 권위(Ethos), '어떻게 말하는가'는 태도와 말투(Pathos), '무엇을 말하는가'는 내용 그 자체(Logos)를 뜻한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중요한 것인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말의 내용보다 누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최근에 발표한 사도적 권고 '사랑의 기쁨(Joy of love)'은 동성연애와 이혼, 재혼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으므로 어떤 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문헌이 교회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문헌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교회가 말하는 태도, 즉 '어떻게 말하는가'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심판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의 태도를 본받아 모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황 프란치스코의 새로운 권위가 더해진다. 교황은 그동안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권위가 예수님의 권위와 닮았음을 드러냈다. 예수님의 권위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그것과 달랐던 이유는 그들은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사람들은 "이는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다"하며 놀랐다.

사실 그 가르침은 예전에도 있던 것이었으나 그 권위는 새로운 것이었으니, 말뿐인 기존의 지도자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황은 "난민은 숫자가 아니라 얼굴과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라며 시리아 난민 12명을 교황 전용기에 태워 바티칸으로 데려오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이 시대에서 교회가 다시금 세상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권위와 태도로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platerl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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