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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업] 조물주는 공평할까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흑인 청년 환자 브라이언은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때로는 강해 보이는 청년의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미소를 짓기도 한다. 사연이 많아 보인다. 흔들리는 불신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어둡게 하고 있다.

브라이언은 희귀한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희귀하기 때문에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 또 예후가 어떤지를 알 수 없는 경우였다. 병리 조직에서 보인 세포들은 양성적인 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영상 테스트에서 보인 질병 부위는 악성적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조직검사 결과와 임상적 해석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였다. 우선 뇌에서 떼어 낸 조직을 뇌종양 세계 권위자라는 병리학자에게 보내어 의견을 묻기로 한 후, 신경외과, 신경종양학과 전문의들과 종합적인 의견을 모아 치료 계획을 세웠다.

딱 떨어지는 그런 병리 진단명을 줄 수 없어 그에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불신을 더 하는 듯해서 조심스러웠지만, 브라이언은 진단과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의 자초지종을 잘 이해했다.

그의 접근하기 어려운 불신의 근거는 그의 아픈 과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절되지 않는 '아동학대'뿐 아니라 '아동 성학대' 범죄의 희생자 중의 하나였다. 어떻게 그가 재활의 길을 걸어 왔는지 묻지 않았다. 그의 증오와 아픔은 그를 파괴적인 삶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는 또 다시 높고 험한 산이 가로 막고 있고, 그는 그 산을 넘어야만 한다.



실상 순조롭고 편안하기만 한 삶을 사는 사람은 무척 드물 것이다. 하나 때로 브라이언처럼 불공평한 삶을 할애 받은 사람들을 만나면 가톨릭 신자라는 나도 조물주는 과연 공평한가 하고 묻게 된다. 참담했던 그의 어린 시절의 사건은 보호막이 되어 주고 삶의 본의를 가르치고 사랑을 공급했어야 할 부모와 그들이 형성했던 작은 공동체의 질병, 악의를 상상하게 한다.

그런 것을 영어로는 쉽게 'He has been wronged'라는 문장으로 표현하는데 들여다 볼수록 간단하지만 뜻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말로는 '그가 나쁜 짓을 당했다'라고 직역 할 수 있지만 영문만큼 그 심각도를 표현해 주지는 않는다. 실상,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강한 도덕적인 면을 내포해 주어야 전달될 수 있는 옳은 표현이 될 것이다.

브라이언이 겪어 낸 어린 시절의 고통은 없어야 했던 것이었기에 인생이 불공평해 보이기만 한다. 또 그가 당하고 있는 건강 문제 역시 그의 과거의 사건처럼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억울해 보인다. 없었으면, 또 없어야 좋았을 일들이다.

역설의 대가라는 어떤 사람의 말을 빌려 '아무리 미워도 용서하며, 아무리 싫어도 사랑하라'고 그에게 섣불리 말 할 수 있으랴. 그렇게 쉽게 말하는 우리들은 불공평한 아픔의 삶,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인공심장'을 가진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 화려한 격려의 말은 브라이언이나 그와 같은 사람들을 쉽게 모욕할 수 있다.

새 계절이 왔다고 아름다운 시와 산문들이 쓰여지고, 이메일로 배달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허위처럼 보이는 초 여름이다. 함부로 희망을 강요하고 가르치려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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