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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누가 나가나”…불면의 현대중공업

[조인스] 기사입력 2016/05/09 13:53

퇴직 신청 첫날, 울산 가보니
작년 1300명 이어‘간부급 줄이기’
유휴자산 처분, 비상대책위 구성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도 구조조정 없이 넘겼던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적자와 수주절벽의 파도에 밀려 창사 이래 지난해 1월에 이어 두 번째 ‘희망 퇴직’의 칼을 뽑아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9일 “일감 부족이 눈 앞에 닥쳐오는 만큼 생존을 위해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며 “지난달 임원 25%를 줄인데 이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도크도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 검토
“연휴 내내 잠 못 자” 직원들 어수선
노조 “희망 가장한 정리해고” 반발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관련 5개사에서 함께 실시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 등이 지원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에도 희망퇴직을 통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 등 1300여 명을 내보낸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희망퇴직에 앞서 전체 부서(391개) 중 22%인 86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 작업도 이미 마무리 지었다. 현대중공업이 조직과 인력을 줄이는 건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평균 1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휴일 연장근로와 평일 고정 연장근무도 없애기로 했다.

본격적인 수주절벽에 대비하기 위해 배를 짓는 작업장인 도크 별 효율성 검토 작업에도 착수했다. 수주 부진이 계속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세우기 위해서다. 현재 현대중공업 그룹 내에는 총 18개의 도크(현대중 11개, 현대미포 4개, 현대삼호 3개)가 운영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협력을 구하기 위한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설치 계획을 밝힌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원회에선 노사 양측이 모여 효율적 인력운영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관련 내용은 지난주 이미 노조에 설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돈이 될 만한 유휴자산 처분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11월 보유 중이던 포스코 지분 87만2000여주(매각가 2865억 원) 매각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보유 주식 처분을 통해 총 1조98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지금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 주식 0.58%(123만 5450주)는 물론 사외에 있는 상가와 휴양 시설 등 비핵심자산 전부가 매각 대상”이라며 “이 매각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분위기도 극도로 어수선하다. 9일 직원들은 하루 종일 회사 곳곳에서 감축 규모와 대상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대화를 나누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직원 B 씨(48)는 “이번 희망퇴직 인원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라는 얘기, 그것보다 더 클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 등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라며 “자신이 대상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마치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심정이고, 다른 직원들도 결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노동조합 자유게시판 등에도 구조조정 대상 등을 묻는 질문 들이 올라왔다. 아이디 ‘살려줘’는 희망퇴직 실시 하루 전인 8일 노조 게시판에 ‘드디어 내일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연휴 내내 잠도 못 잤다”고 밝혔다. 아이디 ‘답답’도 댓글에서 “저도 매일 밤 고민하고 술도 안 마시고 숨죽이고 살고 있다”며 “구조조정이고 뭐고 간에 수주가 없으면 다 짐 싸는 거지, 세계 불황에 현중이라고 무슨 힘이 있겠는가”라고 자조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어렵다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리해고까지 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가 아니기 때문에 희망퇴직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은행에서 9일까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는 핑계로 구조조정에 나서려는 것은 말이 희망퇴직이지 희망을 가장한 권고사직 및 정리해고“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빅 3의 인력 감축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 현대중공업은 물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합쳐 총 4000여 명의 인력을 줄이는 내용의 자구책이 나올 것이란 게 채권단과 조선업계의 전망이다.

이수기 기자, 울산=위성욱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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