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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경선 승리보다 '아젠다 전투'

안유회/논설위원

17명이나 되던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 한 명만 남았다. 이쯤 되면 좋든 싫든 공화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뭉칠 것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화당 내전'이라 불릴 정도로 트럼프 지지와 반대의 단절선은 더 굵어졌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대접하고 있지만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는 후보를 사퇴하지 않았고 클린턴은 샌더스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승패의 대세가 갈리면 패배를 인정하고 당의 깃발 아래 하나가 돼 대선 승리를 외치던 기존의 방식과는 딴판이다.

이유가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 '아젠다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화당은 당내 권력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지난 5일 트럼프를 압박했다. "난 아직 트럼프를 지지할 준비가 안 되었다."

가만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곧바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난 라이언 하원의장의 아젠다를 지지할 준비가 안 되었다." 왜 아젠다를 언급했는지 트럼프의 설명은 간결하다. "나는 라이언의 아젠다 뒤에 숨을 수 없다. 미국민은 오랫동안 너무 험한 대접을 받았고 지금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선 순위에 놓을 때다." 라이언으로 대표되는 당내 반대세력이 공화당 주류의 아젠다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강 달러 반대와 공격적인 국가 부채 관리 등 자신의 아젠다를 더 강화하고 있다. 돈을 찍어 빚을 갚을 수 있다거나 국채를 협상해 국가 채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의 아젠다 강요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Standard-bearer는 이런 공화당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단어다. 지도자로 번역되지만 특정 그룹이 합의한 기준의 대변자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라이언은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가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의문을 던진다. 공화당의 후보가 됐으면 공화당 가치의 대변자가 되라는 압박이다.

트럼프는 아젠다 전투를 역으로 대선에 대비한 내부 정리의 기회로 삼는 듯하다. 클린턴에 대한 공격은 뒤로 미뤘다. 미트 롬니를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으로 반박했고 젭 부시와 린지 그레이엄에 대해서는 최종 후보를 지지한다는 1년 전 충성 서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맹공했다.

민주당의 경우 샌더스는 '끝까지 간다'를 고수하고 있다. 역시 아젠다가 그 이유다. 샌더스의 지난달 발언은 이를 분명히 드러냈다. "우리는 승리하지 못한다 해도 가능한 모든 대의원을 확보해 (7월) 전당대회에 갔을 때 지금까지 어떤 정당도 목격하지 못한, 강력한 진보의 아젠다가 형성되는 것을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는 최근 스탭진을 줄이고 유세 속도를 줄였다. 유세의 포커스를 경선 승리보다 소득 균형과 공립대학 무료 학비, 선거자금 개혁 같은 핵심 아젠다에 대한 운동의 성격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샌더스 자신도 지난 6일 CNN과 인터뷰에서 "이슈 중심의 유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젠다 전투에 대해 민주당의 에드 렌들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최근 중요한 코멘트를 했다. "샌더스가 진보의 눈금을 5에서 9로 옮겼다고 해서 눈금이 항상 9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5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클린턴은 이미 소셜 시큐리티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태도를 바꿨고 샌더스는 이제 '최저임금 15달러'의 민주당 당론 확정을 클린턴에게 압박하고 있다.

두 당의 아젠다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경선 종료까지, 아니 대선과 그 이후까지 두 당이 싸워야 할 대전투의 서막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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