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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30년만의 '올드 페이스풀'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산은 산이로되 옛 산이 아니로다" 라는 옛 어른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연륜이 필요했다. 아마 산은 그대로이지만 그를 대하는 인간의 눈이 아니 마음의 눈이 변함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랜드 티튼과 옐로스톤 내셔널팍을 금년에 다시 찾아가는 데는 30십년이 걸렸다.

내 손을 꼭 잡고서 공중으로 뻗어오르는 간헐온천 물기둥(Old Faithful Geyser)을 바라보던 세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 지하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저 뜨거운 가이저는 100여년 전에 시작돼 흘러온 증기와 물이 비로소 지상으로 뿜어나온 것이란다. 많은 세월 후에는 이 물기둥도 차차 스며들고 사라질게다. Old Faithful(늙고 충성스러운)이라는 말처럼.

물기둥이 30년전처럼 나를 반기는 것이 감회가 새롭다. 그러고 보니 산모서리 길섶에서 풀잎을 뜯던 사슴의 둥근 눈망울이나 사람 기척이 있으면 옆으로 살그머니 다가오는 산다람쥐들의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또 한 가지 변치 않고 나를 맞아주는 것은 오래된 나무집 숙소 '올드 훼이스풀 인'이다. 오하이오 본토박이 건축가 로버트 리머가 29살에 지은 걸작품이다. 주위에 산재한 소나무들과 화산 암석들을 주 자료로 사용하여 지은 실내는 마치 숲속 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단다. 그래서 일부러 구부러지고 병든(?) 나뭇가지도 그대로 실내 구조에 사용했다고 한다.

건물이 완성된 해가 1904년. 그 때 마침 개통된 열차를 이용해 동부의 많은 상류 인사들과 정치인들을 이 장엄함 자연 속으로 이끌어 오게 한 무대가 되었다.

드디어 192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위의 산과 호수 살아있는 짐승들과 식물들과 함께 인간이 만든 건물들도 보존되어 왔다.

살을 에이는 와이오밍주의 혹한 강도 7.5 지진 1988년 발생한 대형 화재까지 모두 꿋꿋이 견뎌낸 '늙고 충성스러운' 건물이다. 1987년엔 국가 보존품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열심히 손님을 받고 있다.

102년이 된 본채 구옥에는 물론 방안에 화장실이나 목욕시설이 없는 통나무벽 방들 뿐이다. 2층에 있는 공동 세면시설을 써야 하는데 하룻밤에 80달러란다.

가장 현대적인 내가 묵은 객실엔 서부영화에서 본 듯한 투박한 너무 책상과 의자 침대 그리고 세면시설이 전부였다. 텔레비전이나 전화 하물며 시계나 라디오조차 없다는 것이 갑자기 마음을 푸근하게 안식시킨다. 침실이 작고 단순한 데 비해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중앙 홀은 드높은 천정과 함께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고 보니 볼티모어의 하이얏 레전시 호텔 애틀란타의 매리옷 등이 모두 비슷한 구조이다. 즉 현관에서 시작돼 널찍하게 열려 펼쳐지는 홀은 대향연의 장소로 아니면 음악회나 무도장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각 객실에서 문만 열면 아래가 열린 시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100여년 전의 이 건물 양식이 후세의 건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짐작이 간다.

2층 발코니의 반들거리는 의자들은 무도장의 음악을 연주하던 악사들이 앉던 자리라고 한다. 독신 여성 여행객들의 무도 파트너로는 주위 기마병 사단에 주둔해 있던 멋진 군인들이 즐겁게 의무(?)를 완수했단다. 이런 모든 '인간의 역사'들을 이야기해 주는 안내원의 머리 뒤로 다시금 터져 오른 물기둥의 모습이 창밖을 채운다. 물은 물이로되 옛 물이 아님을 생각해본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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