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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LA로 이사왔습니다

이종호 편집출판 집현전 대표

동물의 세계엔 '각인효과'라는 것이 있다. 오리같이 갓 부화한 새끼 조류는 맨 먼저 보고 접촉하는 대상을 어미로 여겨 따라다닌다는 게 그것이다. 이를 처음 발견한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로렌츠(Konrad Lorenz:1903-1989)는 각인의 시기는 종마다 달라 오리는 생후 17시간까지 다른 새들은 생후 50일까지가 각인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도 알아냈다.

사람들의 첫인상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각인효과라 하겠다. 그렇지만 첫인상 역시 대상의 본질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처음 본 느낌 그대로 판단하고 단정 지을 따름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첫인상을 신봉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동물적 본능에 충실하려는 자연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첫인상이 지극히 찰나적으로 결정된다는 것도 재미있다. 최근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사람의 첫인상이 어느 정도 시간에 결정되는가를 조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타인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매력이나 호감도 신뢰도 등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0.1초였다고 한다.



이보다 좀 더 오래 관찰한다고 해서 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관찰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최초 판단을 더욱 확신하게 될 뿐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열흘 전에 뉴욕에서 LA로 이주해 왔다. 각인효과나 첫인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 한창 캘리포니아라는 새 땅과 첫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인 느낌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청명한 하늘 쭉쭉 뻗은 고속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그리고 약간의 매연과 만만치 않은 교통체증 등. 기후가 좋고 한인들이 많아서 한국 사람이 살기에 너무 편할 거라는 말도 오기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한국과 미국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여기만한 곳이 없다"는 말도 벌써 피부로 체험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이 있다면 생각 이상으로 큰 한인사회의 규모였다. LA가 한인 이민자들의 수도 서울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나 될 줄은 몰랐다.

지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이곳 한인들의 성향도 뉴욕과는 꽤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이라 일반화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말을 해 보자면 우선 LA 사람들은 자유분방하고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성향도 더 강한 것 같고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뉴욕 한인들이 다소 격식을 따진다든가 서로에게 관심이 많아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들과는 대조적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곳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곳이기에 가능한 한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낯설어서 그런지 무엇이든 전에 살던 곳과 비교가 되고 감정 또한 교차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내 머리에 새겨지고 있는 LA에 대한 첫인상은 갓 부화된 오리에게 각인되는 어미의 모습처럼 쉬 바뀌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아무리 깊게 새겨진 첫인상이라 하더라도 경험과 이성을 통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지금 잘못 입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바룰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을 작정이다. 이런저런 선입견에 사로잡혀 정작 보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는 말자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bellsky @ 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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