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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학병원 건강칼럼] 7. 한국인의 자살 문제에 대한 고찰 (1)

전문가들은 자살이 한국은 물론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한국의 신문과 인터넷에서는 한국 문화에 자기 파괴적이거나 감정적인 방치의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것이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떠오르는 한국의 고전이 있습니다. 불쌍한 장님의 딸이 아버지가 다시 눈을 뜰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해 바다에 몸을 던진다는 심청전입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인 딸과 아버지의 이야기에 독자가 느끼는 깊은 감정 이입 덕분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이 이야기가 한국인의 자살률과 관련 지을 수 있는 인생관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00년에 10만 명당 13.6명이었던 한국의 자살률이 2010년에는 10만 명당 31.2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한국에서 자살은 10~40세 젊은층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젊은 사람의 사망은 가정과 사회 모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살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한국에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자살은 한국 내의 한국인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계 미국인의 특정 집단, 특히 젊은 여성과 노년 여성들도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신경 과학을 주로 다루는 한국계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한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한국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한국의 자살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계적인 기술이 아닌 의료 과학의 형태인 정신 의학 (Psychiatry)입니다.

한국에서의 자살은 다른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울증 및 스트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최초로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의 우울증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연구가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척도에 기반했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우울증을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신경 과학에 따르면 우울증이란 사람이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질환이며 뇌 기능 변화가 그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울증은 뇌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우울증이 뇌 연결성, 즉 뇌 영역들이 서로 소통하는 기능에 발생한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의 주된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는 유년기와 성년기에 겪은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한 사람의 전반적인 유전적 특성과 함께 작용하여 우울증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여러 신경 구조간의 작용과 연관성에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 구조상의 문제는 1. 수면 항상성(렘 수면 잠복기 및 회복에 도움이 되는 깊은 수면의 단축). 2 신체와 두뇌의 스트레스 반응(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 3. 세로토닌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의 두뇌 활동 증가(모노아민 산화 효소 A), 4. 면역 활성화 증가(혈액 내 염증 단백질 분비량 증가), 5. “휴지 상태” 두뇌 활동의 변화 등 다섯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우울증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1. 불면증, 2. 불감증과 불안, 3. 충동성, 4. 피로, 5. 스스로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그것입니다. 우울증과 자살의 심리적 측면 역시 여전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통의 정의는 개인의 경험과 문화로 인해 형성되기 때문이지요. 이는 더 나아가 학습에 따라 두뇌가 변화하는 과정인 신경의 적응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심리치료와 항우울제를 적절히 병용하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심리 치료의 특수한 형태인 인지행동치료 (Cognitive-behavioral therapy)는 대부분의 우울증 사례를 치료하는 데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필요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신경 전달 물질 관련 약물 요법도 효과가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법이 이렇게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우울증에 대한 의료적 도움을 받는 데 소극적입니다.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한국인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식입니다. 많은 경우, 자살한 이들의 가족들은 “자살을 막는 방법을 우리가 알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합니다. 자살을 막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소중한 누군가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의료적 조치를 취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이 한국인들이 정신 건강 서비스를 받는 것을 꺼리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제 경험의 따르면 이러한 낙인은 한국뿐 만 아니라 모든 문화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을 다른 질환과 다르게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질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 치료를 받음으로써 자살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지금까지 저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실질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작용할까요? 문화적 차이가 자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명문 대학의 한국계 미국인 학생의 자살률은 다른 아시아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이 이렇게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학적인 접근방식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저는 최근에 하버드 대학 소속 심리학자이자 자기애 적 인격 장애 전문가인 Elsa Ronningstam 박사와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Ronningstam 박사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자살 문제에 대해 중요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자기애적 인격 장애, 즉 나르시시즘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소년의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서양에서 나르시시즘은 일반적으로 과장성 및 자기 중심성을 특징으로 하는 과도한 자기애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Ronningstam 박사는 아시아의 경우 문화적으로 자기 중심성을 억눌러 나르시시즘적 자기애가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유년기 시절부터 강조된 경쟁으로 인해 내면적인 나르시시즘이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르시시즘이 이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칼럼에서 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필자소개
Royce Lee (로이스 리), MD
- The University of Chicago 정신건강/행동신경과학과 부교수
- The University of Chicago 전기생리학 전임의 (fellowship) 수료
- Rush University School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Residency) 수료
- Northwestern University Feinberg School of Medicine 졸업

그림. 우울증과 관련한 다섯 가지 뇌의 기능 장애:
1. 기본 네트워크(Default Network): 우울증을 앓는 경우, 자기인식과 관련된 설전부(5)와 내측전두엽(1) 상에서 뇌의 과도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는 반복적으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과 관계가 있다.
2. 염증(Inflammation): 몸과 머리에서 면역체계가 염증성 단백질인 시토카인을 너무 많이 분비하게 되어 피로와 같은 몸과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3. 스트레스 호르몬(Stress Hormones): 투쟁 및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시상하부(4)를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면증, 식성변화 등 우울증의 증상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4. 세로토닌(Serotonin): 세로토닌은 내측전두엽(1)과 편도체(2)에 뇌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모노아민 산화효소 A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세로토닌 전달이 방해를 받으면,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1)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 이는 불안감 증상으로 나타난다.
5. 서파수면(Slow Wave Sleep): 우울증은 깊은 수면인 서파수면을 방해한다. 서파수면시에는 그날의 학습 된 내용이 뇌활동의 특수한 형태로 정리된다. 우울증은 학습 및 해마(2)의 기능을 방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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