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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머니, 꽃구경 가요'

[LA중앙일보] 발행 2016/05/17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6/05/16 20:22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5월, 초목의 잎잎이 연초록 야린 풋기가 가시고, 어느 새 갈매 빛으로 풍성하다. 봄이 익어가면서 꽃들의 꿈과 열정은 저마다 힘껏 부풀었다. 머잖아 바람이 자고 있어도 이윽고 꽃들은 이울면서 스스로를 갈무리하리라.

어머니,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이 노랫말은 김형명(1945- )시인의 '따뜻한 봄날'이란 제목의 시를 이 시대의 가객, 걸출한 소리꾼 장사익이 '꽃구경'으로 제목을 바꾸고, 그의 호흡과 가락에 걸맞게 일부를 각색해 부른 노래의 도입부이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니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그렇게 말을 잃은 어머니는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이 길이 결코 돌아올 기약 없는 길임을 감지한 어머니는 속울음을 울며,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흩뿌린다.

그 모습을 힐끔 돌아본 아들의 애(창자)저민 지청구다.

"어머니, 지금 뭐하신대유~/ 아, 솔잎은 뿌려서 뭐하신대유~~" 이어지는 어머니의 응대는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다.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푹 곰삭은 젓국 같아 정감 넘치는 인간 장사익. 그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소리는 듣는 이를 무장해제 시켜 울컥,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가슴 깊은 곳을 후벼 판다.

이 노래는 늙고 병든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가 죽은 다음 장례를 치렀다는, 고려장이라는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도두뵈는 노모의 지혜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원초적 본능에 따른 사랑을 애틋하고 절절하게 그렸다.

사실 고려장은 고려라는 명칭 때문에 고려시대에 있었던 장례풍속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러한 풍습이 있었다는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분야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히려 고려시대는 불효를 엄격하게 다루어 처벌하였다고 하니, 당시의 윤리의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장례풍습에 관한 설화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인도, 중국 등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인도의 기로국(棄老國노인을 버리는 나라)설화 중, '기로'가 발음이 비슷한 '고려'로 전화 되었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민족의 패덕과 패륜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제의 야만정책으로, 고려장이란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아무튼 고려장의 사실 유무를 떠나, 오늘날 연로하고 쇠약한 부모를 온갖 핑계로 방기하는 불효행위를 지칭할 때, 고려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패륜이 비일비재한 작금의 세태가 무참하다.

내 부모를 "자식들이 속만 파먹고 내버린 가난한 노인"(박후기의 시 '껍질' 중에서)으로, 그래서 고갱이 빠져나가 껍질로 남은 노인의 허허로운 여생을, 쓸쓸히 시름 속 하염없는 나날이 되게 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언제고 늦지 않다. 언제고 더 늦기 전에 청해볼 일이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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