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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청소년기 정서 변화와 부모의 역할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14살 백인 소녀가 엄마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학교 성적도 좋은 학생이다. 지난 몇년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 증상이 호전됐는데 갑자기 자살 기도로 정신과 병원에 5일간 입원했다. 자살 이유를 물으니 "환청이 들리는데, 제 나이 또래 애들이 자꾸만 저보고 죽으래요"라고 한다.

소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가족이나 나에게 말하지 않았니?" "그런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줄 알았어요."

나는 겉으로 명랑해 보이는 청소년에게도 이런 질문을 한다. "간혹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든가, 내가 없어져 버리면 가족이 편안해지겠다는 등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니?"

진단되지 않은 우울증이나 조울증, 또는 심한 주의산만증이 있다가 부모와의 불화나 친구 문제가 겹치는 경우, 자살을 꿈꾸는 청소년이 많다. 이때에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거나 편지를 써놓을 수 있었다면 자살은 예방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말할 기회도 주어야 한다. 물어보지 않으면 말할 용기도 잃어버린다.



인간의 감정은 다른 포유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대뇌 피질 밑에 있는 간뇌 안의 번연계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원시적이고 폭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고차원의 전두엽 기능을 거쳐 정리가 된다. 자살 감정을 언어나 그림을 통해 표현하다 보면 격했던 느낌들이 누그러져, 더 이상 행동으로 옮길 필요가 없어진다.

환청이나 환시는 대부분 심각한 정신병이나 마약, 술, 약물 등의 중독 금단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녀는 11살 때부터 가끔 자살충동을 느꼈지만 그동안은 자신의 감정을 일기장에 써놓거나 또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피했다. 처방해 준 항우울제도 잘 복용했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원만했다. 잘 치료에 응하던 아이가 갑자기 환청증상을 경험한 것은 몇달 전이었다.

소녀의 치료를 맡았던 정신과 의사는 그녀의 증상을 조울증으로 진단했다. 환청이나 환시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만 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조울증이나 심한 우울증에도 생긴다. 물론 마약이나 음주의 금단현상, 또는 중증의 간이나 콩팥 기능 저하 같은 내과적 병에도 올 수 있다. 소녀의 경우는 정서적인 변화가 심했다. 우울증세와 분노 감정을 보이다가도 이유없이 기분이 고조되는 증세를 보였다.

심한 우울 증상이 사춘기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 성장 후에 조울증으로 전환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이 우울하거나, 심하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더라도 부모나 어른들에게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부모를 걱정시켜서 야단을 맞을까봐, 아니면 이 소녀처럼 이미 사이가 안 좋은 부모의 결혼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까봐 말을 하지 않는다.

드물지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심리적 충격이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 또는 환경의 변화 등에 의해 조울증이 나타나는 수도 있다.

몸과 두뇌가 성장을 하는 동안 청소년들의 심리적 질환도 여러 형태로 바뀔 수가 있다. 좋은 예가 저학년에서 주의산만증이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를 보이는 경우다. 이 소녀처럼 우울증만 보이던 청소년이 조울증으로 전환되는 수도 있다.

청소년기의 정신과적 문제는 신속하게 진단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꾸준히 본인과 가족이 상담을 받으면 극복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정서적 질병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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