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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캐릭터, 기존에 볼 수 없던 재미 만들어 내"

'아가씨' 박찬욱 감독 칸 현지 인터뷰

지난주 전 세계 영화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한국 영화는 단연 '아가씨'였다. '스토커'로 할리우드까지 '접수'했던 박찬욱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한국어 영화인데다, 지난 22일 폐막한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며 전 세계 영화계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덕이다.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시공간적 배경을 1930년 일제시대의 조선으로 옮겨, 일본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 그리고 그의 재산을 탐내는 사기꾼 백작(하정우)과 그에게 고용된 하녀 숙희(김태리)의 속고 속이는 매혹적 게임을 그린다. 3부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전개되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 단번에 눈을 사로잡으며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세트와 의상,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신예 김태리를 비롯, 김민희, 조진웅, 하정우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 등도 '역시 박찬욱 감독 영화'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국영화사에 전무후무할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여성 정사신 역시, '아가씨'에 쏠려있는 대중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칸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수하며 열연을 펼친 두 여배우의 소감도 함께 전한다.

프랑스 칸=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아가씨'를 처음으로 공개한 소감은.

"영화제 제출용으로 작품을 완성한 게 4월 말이다. 그 후에도 칸에 오기 직전까지 사운드, 음악, 컴퓨터 그래픽 등을 손보느라 바빴다. 그동안 영화를 수백 번은 봤지만, 늘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눈으로만 볼 뿐 총체적으로 감상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기술적 문제에 신경을 끄고 종합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게 가장 큰 의미였다."



- 원작 '핑거 스미스'의 어떤 점이 끌렸나.

"단 한 장면, (하녀가 아가씨의) 이를 갈아주는 부분에 먼저 끌렸다. 초반에 나오는 장면이지만, 그 장면을 보고 곧장 '하고 싶다'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백작님은 이렇게 하는 걸 원하실 거에요'라고 하며 시작하는 정사 장면도 마음에 들었다. 1부와 2부에서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체와 객체가 바뀌는 구성도 좋았다. 한번 본 똑같은 장면을 다시 보는데,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방식이 흥미롭지 않나. 내가 원래 그런 구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복수는 나의 것'에도 그런 면이 있다."



- 각색 과정에서 3부를 넣은 배경이 있다면.

"원작이 워낙 흥미진진한 통속 소설의 외양을 가지고 있다보니, 읽으면서 '둘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이 남자가 이렇게 처리되면 좋겠다'하고 바라게 되더라. 그대로 각색했다."



- 배경을 빅토리안 시대의 영국에서 1930년대 일제시대로 옮기게 된 이유는.

"신분제도도 잔존하고, 정신병원이라는 근대기관도 등장할 수 있는 시대가 그때 뿐이었다. 아가씨 히데코를 일본 여자로 설정하고, 식민지 시대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대부호의 내면을 탐구하다 보니 원작 소설에 더 다층적인 레이어도 더할 수 있었다."



- 파격적 연기 변신을 선보인 김민희의 캐스팅 배경은.

"내겐 첫 번째 초이스였다. '화차'나 '연애의 온도'를 보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특히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노력을 통해 충격적일 만큼 성장한 배우란 점을 높이 샀다. 나도 첫 두 편의 영화가 완전히 '폭망' 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런 면이 더욱 끌렸다. (웃음) 본인이야 고민이 많았겠지만, 설득의 과정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완벽히 각색된 시나리오를 줬고, 거기 정사 장면의 자세까지 모든 게 자세히 적혀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다' '아니다' 결정만 하면 됐던 상태였다."



- 최근 들어 여성 캐릭터의 역동적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 한데.

"딸이 하나라, 모녀와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스토커'도 그랬고, '아가씨' 역시 두 여성이 이야기다. 항상 여성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감탄하는 감정을 갖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여성이 한 명이어도 좋지만, 둘이면 더 좋고 셋이면 더 좋지 않겠나. 여성이 혼자 등장하거나, 혹은 한 여성이 남성과 만들어내는 다이내믹도 흥미로울 때가 있지만,아주 상반된 역할을 가진 두 여성이 부딪히거나 조화될 때 일반적 상업영화에서는 흔히 못 보는 재미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강한 여성, 싸우는 여성을 좋아한다. '강하다'는 의미는, 때론 잔인하고 어리석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자기 욕망에 충실한 여성을 뜻한다. 항상 착한 일만 하는 사람에겐 흥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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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에게 듣는 '아가씨' 후기
김민희 (히데코 역)


"처음 영화를 보게 되면 늘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보인다. 두 번 세 번 봐야 관객의 객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대본을 보고 어릴 적부터 억압받고 자라오면서 왜곡된 인간성을 지니게 되지만, 순수하게 사랑을 하며 변화하는 히데코란 인물에 강하게 끌렸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였고, 연기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판단했다. 노출 연기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할 당시엔, 용기가 났던 것 같다. 배우가 영화와 연을 맺으려면 그 때 그 순간의 상태가 중요한데, 당시엔 참 용감했었던 것 같다."

김태리 (숙희 역)

"영화를 보며 행복하면서도 힘들었던 기억 등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레드카펫을 걸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3년 동안 극단에서 활동하다 처음 영화를 하게 됐는데 너무 큰 작품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하게 돼 부담도 컸다. 오디션을 볼 때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들었다. 내가 될 거란 생각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오디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할 수 있도록 굉장한 신뢰와 믿음을 주셨다. 너무 고민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게 중요하단 생각으로 연기했다."


프랑스 칸=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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