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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새로운 성인기, 또 다른 은퇴법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아니! 우리 할머니 얼굴이 타임지에 실리다니…."

어느 날씬한 동양인 여성이 운동복 차림으로 찍힌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지른 고함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인은 분명한데 나의 외할머니는 아니다. 젊은 시절 미국에 이민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뉴욕의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실력을 날리던 어느 한인 이민자였다.

여유롭게 은퇴한 뒤 마라톤으로 몸을 연마하고 요즈음은 달리기 대회마다 참석하여 상을 '싹쓰리' 하는 은퇴자의 표상이다. 부군과 함께 이즈음에는 세일링(sailing)을 배우고 있다니 땅뿐이 아니라 바다에까지 위력을 과시하여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 준비 역할 모델이 되셨다.

그런데 또다시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이분의 나이가 나와 같은 것이 아닌가! 외할머니 생각은 하면서 정작 또래인 나 자신은 까맣게 망각하고 있었다니…. 하기는 나의 어머니가 아주 젊은 나이에 맏딸인 나를 낳았으니 외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내게는 늘 '할머니'였다. 그 외할머니의 얼굴이 바로 타임지를 통해서 보게 된 나의 현재 모습이었다. 그런데 벌써 은퇴 계획이라니! 그래서 나는 제목을 "새로운 성인기의 계획"이라고 바꾸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사회학자들이 '제2의 성인기'에 대해 말했다. 이즈음엔 더욱 길어지고 강해지는 후반의 인생기를 '제3의 성인기'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모두가 신나는 '새로운 성인기'이다.

얼마전 나는 남가주 코로나 시에 위치한 한인이 세우고 경영하는 대학에서 '정신 건강에 관계된 약물'에 대해 강의를 했다. 본래 한국에서 교회들을 중심으로 배우자 폭력 등의 가정 문제들을 상담해 주던 봉사기관이었다. 지도자 양성과 미국에서 인정하는 전문인 면허자격을 고려해서 정식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 과정의 학교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문 가정치료사(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모인 성인 학생들의 왕성한 열기와 향학열이었다. 많은 분들이 가정에서 아니면 다른 직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심리적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왔다고 한다.

이 대학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자원 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이 아침 점심 식사를 만들어 주고 학교 정원에 꽃을 심는다. 그 중 한 분은 "하루 종일 강의하느라 힘드셨지요?"라고 하시며 넌지시 나에게 홍삼을 건네주신다.

"어떤 신도는 제가 말을 해도 화를 내고 말을 안 해도 화를 내요." 금식을 하고도 해결이 안 되더라는 어느 교회 사모님의 공부를 하게 된 동기였다. 이들은 학과 과정을 끝낸 후에 3000시간을 실습하며 전문 치료 과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전문인 면허 시험도 봐야 한다.

그런데 조금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아마 인생의 여러 가지 역경을 겪어내고서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공부를 하는 동족 이민 학생들의 응집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텍사스나 펜실베이니아 주는 물론 캐나다나 몽골에까지 뻗어나가 살면서도 같은 공부를 하는 동료들에게서 받는 감화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성인기'의 모습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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