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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리의 작품세계

나 없는 나…무아(無我) 사상 함축

'다민족 용광로' 미국서 사는 우리는 누구인가 화두 던져



뉴욕 예술계 스타 사진작가 니키 리(문패)



뉴욕의 사진작가 니키 S. 리(이승희.35.사진)가 뉴욕 예술계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자 아트 섹션에서 이례적으로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두 페이지에 걸쳐 대서특필했다. 타임스는 '이젠 영화로: 니키 S. 리의 다면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온 이씨의 작품세계를 심층보도했다.

이씨의 작품은 현대미술관(MoMA)를 비롯해 구겐하임뮤지엄.메트로폴리탄 뮤지엄.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미 주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는 '다민족의 용광로' 미국에서 정체성이라는 화두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프로젝트=니키 리는 뉴욕대(NYU) 대학원 재학 당시인 1998년 '프로젝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자신을 관광객.여피족.술집 댄서.래퍼.레즈비언.펑크족.학생.은퇴 노인 등으로 변신해 찍은 14개 프로젝트 사진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주제를 잡은 후 헤어스타일 바꾸고 살 빼고 태닝하고 춤 배우고 의상과 소품 사고 모델 집단과 함께 지내는 등 준비 기간 만 3개월이며 1개월은 촬영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파트=2002년에는 '파트(Parts)' 시리즈를 시작했다. 시리즈에는 도려낸 사진 속에 분장한 이씨가 등장한다. 옆의 남자가 트리밍 된 채 홀로 있는 이씨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이씨가 누구인가를 유추하게 된다. 특정 그룹 속에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프로젝트' 시리즈와 달리 '파트'는 로맨틱한 관계 속에서 한 여인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최근 이씨는 감독으로 변신했다.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맨해튼 MoMA에서 상영될 다큐멘터리 '별명은 니키 S. 리(AKA NIkki S. Lee)'는 그가 한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뉴욕 등지에서 찍은 작품.

"영화는 전부터 좋아하던 매체여요. 편집 음악 등 후반작업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많이 배우게 됐지요."

이씨는 실제에 가까운 자신인 '니키 1'과 분신 격인 '니키 2'로 등장하며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품 읽기=니키 리는 미국사회의 본질을 극명한 이미지로 담아냈다. 미국은 다인종의 용광로 뉴욕은 그 센터다. 이씨는 피부색이 다른 민족과 계층의 특정 문화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들과 동화된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한인 예술가 이씨는 힙합 소녀 레즈비언 랍비 등으로 자유롭게 무한대로 변신하며 정체성을 바꾼다. 우리는 사진 속의 변장한 이씨를 자연스럽게 그 그룹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미 스테레오타입화한 주변인물에 의해 이씨의 정체성이 규정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미지를 보는 것인가. 실체를 보는 것인가.

그는 정체성과 '욕망'이라는 환상의 시소 게임을 벌인다. 인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이 아닌가. 작가 자신과 프로젝트 모델의 거리는 작품 속에서 사라진다. 정체성은 피상적인가. 단순한 이미지인가. 그의 작품 속에서 정체성은 맥락 속에서 규정되는 그 무엇이다. 그의 사진은 그 욕망의 흔적이기도 하다.

니키 리는 포스트모더니스트다. 세 곳의 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지만 사진의 기술적인 것보다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사진작가인 자신이 피사체로 둔갑해 아티스트와 오브제라는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사진작가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셔터는 아마추어가 누른다. 촬영 일자가 찍힌 스냅사진은 순간의 포착이자 정체성의 기록이다.

뉴욕타임스는 "저변에 정신적이며 불교적인 것이 깔려 있다. 그가 마음대로 분장하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능력은 자기 실체가 없다는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영일시: 5일 오후 6시30분 6일 오후 8시 7일 오후 2시

▶MoMA: 11 West 53 St. 212-708-9400.



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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