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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역사는 없이 '상품'만 있는 관광

이재희 / 사회부 차장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공항과 면세점, 백화점은 물론 명동, 동대문, 인사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없는 곳은 없는 듯했다. 상점 종업원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알았고 중국인으로 알았는지 내게 중국어로 인사하는 경우 역시 많았다. 면세점에는 한국어와 영어보다는 중국어로 된 제품 안내가 먼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가방을 가져와 물건을 쓸어담아 가는 중국인 관광객이야말로 반가운 손님일 테니 이들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할 터다. 한국 제품이 이토록 인기라니 으쓱하기도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에게 치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제주도도 갔다. 처음 찾는 제주도는 참 좋았다. 짧은 일정에 잠깐잠깐 본 우도며 천지연폭포는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리 좋은 곳이 있구나.' 하지만 제주도가 내세우는 곳은 이들 자연 명소가 아닌 듯한 인상을 받았다. 여러 종류의 지도에는 제주도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공·인위적으로 만든 박물관과 맛집 소개가 먼저였다. 자연 그대로의 명소는 작게 표기돼 찾기 쉽지 않은 반면 식당과 호텔 등은 전화번호까지 친절히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입장료 받아 돈 벌기 위한 것"이라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하지만 너무 상업적인 것 같아 씁쓸했다. 너무 상업적이라고 느낀 건 비단 제주도 뿐만이 아니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매년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 이래서 많은 이가 유럽을 동경하는구나'였다. 내가 가본 유럽 나라들에서는 시간, 세월이 느껴졌다. 그 시간이라는 게 곧 역사이자 문화와 전통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모든 곳에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신기한 유물이 있는 건 아니었다. 입장료로 10~20유로나 내고 들어간 유적지 중에는 그저 돌덩이처럼 보이는 유물 조각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했다.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어떤 형태는 없었지만 그 터 자체만으로도 옛 흔적을 엿보고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곧 있으면 여름방학이다. 방학을 맞아 한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한국 방문 프로그램들이 참가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한인 정체성 확립과 한국 역사 교육 및 문화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모국방문에 참가하는 한인 청소년들 중에는 한국에 처음 가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 한국 방문에서의 경험이 괜한 걱정을 하게 한다. 한인 청소년들이 여행객을 겨냥한 관광상품에 치이고 쇼핑과 맛집에 빠져 정작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놓치진 않을까 하는.



물론, 쇼핑과 맛집 탐방 만으로도 재밌는 경험,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할수록, 나이가 들수록 옛 것이 좋고, 자연이 좋더라.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경복궁이며 덕수궁이며 한국에 살 때는 가기는커녕 관심도 없었던 궁들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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