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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불교는 육식을 금하는 종교인가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좋다, 나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당신은 이제부터 고기를 안 먹겠다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제까지?' '...언제까지나.' 말문이 막혔다. 요즘 채식열풍이 분다는 것쯤은 나도 보고 들은 것이 있으니 알고 있었다. 물론, 절에 들어간 스님들이야 살생을 않겠다는 대의가 있겠지만...'(소설 '채식주의자' 중에서)

'채식주의자'는 얼마 전 작가 한강에게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육식과 관련된 충격과 트라우마로, 극단적 채식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하며 죽음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주장하는 이유는, 육식에 따른 질병 예방과 체중조절, 넓게는 동물과 환경보호, 생명존중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면 불교는 알려진 대로, 육식을 금하는 종교인가. 그렇지 않다. 불교는 원래 육식을 금하지 않았다.

붓다는 생존 시, 다만 자신을 위해 죽이는 것을 보거나, 죽였다는 소리를 듣거나, 그런 의심이 가지 않는 것은 먹어도 좋다고 하셨다. 즉, 위의 세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삼종정육(三種淨肉)은 식육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아무튼 붓다는 "욕망을 억제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탐하며, 훔치고 거짓말하는 일, 험담하고 이간질하며, 인색해서 남과 나누지 않는 일 등, 이런 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비린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사람의 청정여부는 음식이 아닌, 그의 생각과 행동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얀마, 태국 등 남방불교권에서는 초기불교 전통에 따라 육식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붓다 입멸 후 400~500년이 지나 흥기한 대승불교시대부터 중국, 한국 등 대승불교권에서는 육식을 금하게 되었다.

육식금기요인으로는 불살생계와 불성사상을 꼽는다.

불살생계는 '산 것을 몸소 죽여서는 아니 된다.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아니 된다. 또 남이 죽이는 것을 보고도 묵인해서도 아니 된다'는 붓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대승의 '열반경'에서는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하여, 동물을 포함한 모든 중생은 각자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이 살생은 물론 엄격한 육식금지사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붓다는 육식을 권장하신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극단적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당시 출가자들은 먹을거리를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탁발(걸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그들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붓다의 제한적 육식허용의 의미는, 육식은 오직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거기서 취한 에너지를 수행에 잘 활용하라는 가르침에 있다. 하긴 죽은 고기도 걸려 마음대로 못하면서 어찌 산고기인 중생을 제도하겠는가.

그럼에도, 어느 노스님의 비장한 결기가 담긴 이 시를 대할 때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왠지 가슴이 뜨끔하다.

"파리해진 큰스님을 생각하면서/ 고기라도 드시라고 부러 아뢰었더니/ 내 몸 주어 남을 살린 고행 있어도/ 남을 먹어 내 몸 불린 수행은 없다/ 뒷산에 송화가 한창이라니/ 솔잎이나 몇 바늘 솎아 오너라"(작자미상, '제자의 눈물' 중에서)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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