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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노안이 왔다고?

[LA중앙일보] 발행 2006/10/2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6/10/20 18:01

이종호 <편집출판 집현전 대표>

연세드신 어르신들께 먼저 양해를 구한다. 아직 50도 안된 사람이 무슨 나이타령이냐 하실까봐서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또래의 친구가 말했다. 책을 보는데 갑자기 눈이 침침하고 글자가 안보이더란다. 병원에 갔더니 노안이라고 했단다. 노안이라니? 이제 겨우 40 중반인데. 믿기지가 않더란다. 물론 속도 상했고.

그때는 남의 일이려니 했다. 그런데 내게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신문을 보는데 글자가 꼬물거려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몇 번씩 눈을 비볐지만 마찬가지였다. 대신 신문을 멀리 하니 흐릿하던 글자가 또렷이 되살아났다. 전형적인 노안 증세였다.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노안(老眼)! 수정체의 탄력 감소로 가까이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만 42~45세가 되면 누구에게서나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노안 진단을 받으면 돋보기를 써야 한다."

돋보기라고? 가슴이 덜컥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느껴지는 신체 변화는 비단 눈만이 아니다. 운동을 해도 이전 같지 않고 여기 저기 관절 마디마다 삐걱 거리는 것 같다. 흰머리가 부지기수로 는 것은 그렇다 치고 눈썹이며 코털조차 흰 털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력은 또 어떻고.

인정하든 말든 나이 40이 넘으면 누구나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일정 주파수대 이상의 고음은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만든 것이 요즘 10대들만 들을 수 있다는 휴대폰 벨소리다. 틴버즈(Teen Buzz) 혹은 모기벨소리(Mosquito Ringtone)라 불리는 이 소리는 당초 쇼핑몰 영업에 방해가 되는 애들을 쫓아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그러나 10대들은 이 소리를 휴대폰 벨소리로 이용했다. 교실에서도 선생님 몰래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몸이야 자연의 일부이니 이렇게 때가 되면 늙고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치자. 그렇더라도 마음까지 늙어가는 것은 정말 못 견딜 일이다. 어느 순간 새 것 받아들이길 주저하고 남의 말 듣기가 싫어지며 한사코 변화를 거부하려는 나를 발견할 때는 참 난감해진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으니 이게 진짜 늙어가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싶어서 말이다.

내겐 8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는데 좋아하는 음악 즐겨보는 TV 프로그램도 내게는 하나같이 소음이다. 가끔 아이가 무쓰 발라 넘긴 머리가 멋져 보인다며 아빠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이 나이에 어떻게 그런 머리 모양을. 한 번쯤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도통 그러지를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드는 게 싫지는 않다. 70을 넘긴 소설가 박완서는 늙음을 "삶의 원경(遠境)으로 물러 나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공감이 가는 말인지 모르겠다.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사람도 없어지고 눈에 핏발세워 미워하고 비난했던 사람도 점점 사라지는 것은 오직 나이가 가르치는 여유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런 평안이 노년의 특권이라 한다면 나이 먹는 것이 그리 못 견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새 내 몸을 노크하기 시작한 노화의 손님 또한 그렇게 순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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