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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나간 것'의 의미 일깨운 지선씨

오세진/디지털부 기자

일본 드라마 '프러포즈 대작전'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돌아가고 싶은 그때'로 시간 여행을 하는 흥미로운 소재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 켄은 학창시절부터 레이를 남몰래 좋아했다. 한 번도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는데 레이가 그만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단다. 드라마는 결혼식장에서 시작한다. 웨딩 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레이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있던 켄. 그런데 갑자기 시간이 멈추고, 한 남자가 나타나 켄에게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시간을 돌려 레이의 마음을 잡으란거다. 켄은 학창시절로 가 레이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스무살 이후 어느 날로, 또 불과 며칠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숨겨왔던 마음을 과감히 고백한다. 결국 켄은 현재로 돌아와 레이와의 사랑을 이룬다.

드라마를 보며 '나도 돌아가고 싶다'란 생각을 많이 했다. 삶의 방향을 결정짓고, 소중했던 인연의 끈이 얽히기 시작했던 그 순간들 말이다. 학창 시절 중요한 시험을 보던 한 순간, 절친했던 친구와 토라지던 그때,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어느 날이 그때다. 가끔은 꿈에 나올 정도로 아쉬움 가득했다.

최근 생각을 통째로 바꿔준 사람을 만났다. 책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이자 저자로 유명한 이지선(38)씨다. 지선씨는 2000년 7월 음주운전자가 낸 연쇄추돌사고로 전신에 중화상을 입었다. 40번 넘는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이겨냈지만 얼굴이 많이 달라졌고 손가락 마디도 짧아졌다.



하지만 지선씨는 꿋꿋이 새 삶을 개척해냈다. 장애인 복지전문가가 되겠다는 새로움 꿈을 품으면서다. 지선씨는 "사고 이후에 새로운 세상을 보게됐다. 참 아프고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손 내밀어주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돕겠다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취재는 지난 10일 지선씨가 UCLA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게되면서 이뤄졌다. 장애인 복지전문가란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 길에 오른 지 11년 만에 드디어 박사가 된 거다.

지선씨는 '사고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번 책을 통해, TV방송을 통해 들어본 얘기였다. 그러나 깊이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직접 다시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여전히 그 생각이 맞냐고 말이다.

답변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기자님은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나요? 왜, 꼭 그러고 싶으세요?"

"글쎄요. 아쉬움 가득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거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만…."

내친김에 구체적으로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얘기를 들어야 할 기자가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지선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별이 마음 아프긴 했어도, 인연을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았겠냐는 얘기였다. 이제는 마음으로 성숙한 만남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런 게 보이지 않게 얻은 보물일 수 있다고. 지선씨에게 그 보물은 '돕고 사는 삶이 가치있다는' 깨달음이었던 거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노랫말이 지선씨와 같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였다. 노래는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바로 들어봤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 다음 가사가 기가막힌다.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렇게 후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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