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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해피아워'

[LA중앙일보] 발행 2006/10/25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06/10/24 17:41

홍석인 논설위원

10월 마지막 일요일이면 하루 스물네시간에 한시간 더 보태 스물다섯시간을 산듯 넉넉해진 느낌이다. 7개월간 지속된 서머타임(데일라이트 세이빙타임) 해제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대신 4월 첫 일요일은 1시간을 빼앗겨 스물세시간을 산 기분. 부족하게 시작된 4월 한달은 신체리듬이 깨져 피곤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춘곤증까지 겹치니….

그런데 내년부터는 한시간 빼앗긴 느낌이 3주나 연장된다. 서머타임이 3월 둘째 일요일부터 11월 첫주말까지 이어지는 탓이다.

사실 시간에 길들여지다 보면 시차적응은 길게 잡아야 앞뒤 한달인데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직장인에게 이 한시간 번 느낌은 보통 짭짤한 게 아니다. 우선 아침잠을 더 자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가. '해피아워'가 따로 없다.

'해피아워'란 원래 바나 레스토랑에서 디너 시작전 알코올 음료를 할인해주거나 오드볼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타임을 말한다. 여기서 '해피'는 술을 약하게 마신다는 뜻이다. 업소측에서야 손님끌기 작전으로 이용하지만 샐러리맨들 입장에선 일터에서 해방된 시간을 마음 가볍게 자축하는 일과성 '의식'이 되고있다.

'해피아워'는 미해군 슬랭에서 나왔다. 1920년대 해군함정에서 펼치는 엔터테인먼트 시간을 뜻했다고 한다. 또 수정헌법 18조 볼스테드 금주법(1919~1933)이 시행중일 때 시민들은 집이나 라운지에서 '해피아워' 또는 '칵테일 아워'라는 말로 음주행위를 순화시켜 저녁식사 전 가볍게 술을 마시곤 했다.

금주법이 풀리자 '해피아워'는 전국적으로 번성했다. 참새가 방앗간앞 지나치지 못하듯 직장인들은 '귀가하기전 딱 한잔'(One for the road)을 해피아워로 풀었다.

그 부작용으로 음주운전의 폐해가 일자 업소측은 오드볼을 무료로 제공 술 깨는 과정을 거들었다. 1984년 존 위컴 대장(전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내 군사기지의 모든 클럽에 해피아워를 없애버린다.

LA 다운타운 초입에 '퍼시픽 다이닝 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85년 역사의 고급 스테이크하우스다. 태평양 해안을 달리는 기차의 식당칸 처럼 길쭉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 같기도 하고. 24시간 풀서비스를 하는 레스토랑으로 늦은 시간 식사접대로 괜찮은 장소다. 웬만한 식당은 밤10시면 주방이 끝나니 말이다.

바로 이 레스토랑의 '해피아워'가 유명하다. 오후 4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고급스럽고 맛있는 오드볼이 무료로 서비스되지만 술은 제값을 받는다. 실내장식 중후한 칵테일바에 서너명씩 모여앉아 하루동안 발생한 이얘기 저얘기로 직장피로를 푸는 행복한 모습들이다.

타임지 최신호는 미국인구 3억 돌파를 기해 '숫자로 본 미국'을 특집보도하면서 미국의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도 소개했다. ATUS자료(아메리칸 타임 유스 서베이)를 인용하면서 '해피아워'란 표현을 썼다. 하루일에서 해방돼 밤레저(약3시간)로 몰입하기전 6시에서 7시 사이 한시간을 뜻한다.

아침8시 출근 낮12시 점심 오후7시 해피아워 밤10시 취침준비 새벽3시 라스트콜. 이렇게 생활시간대를 나눴다.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라고 법정스님이 세월과 인생을 설파했지만 서머타임 해제에서 번 한시간이든 퇴근후 바에 들르는 한시간이든 결국 인간이 정해놓은 시간마디일뿐인 것을…. 그래도 사람들은 즐긴다. '해피아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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