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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디지털 시대의 '비상 연락망'

[LA중앙일보] 발행 2016/06/2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06/19 15:58

"000님은 1분전 자신의 안전을 알려왔다."
작년 1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 날,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불쑥 희한한 글이 떴다.

엽서 같은 메시지 박스에 '파리 테러 어택, 페이스북 세이프티 체크'라는 타이틀과 안전 체크 요청이 적혀 있고 아래에는 대학 동기의 사진과 그가 1분 전 자신의 안전을 직접 알려왔다는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 때 알았다. 친구가 그날 그 시간 파리 테러 현장에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페이스북의 '세이프티 체크'라는 기능을 통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안전 여부를 한번에 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페이스북에 이런 기능이 없었다면 친구가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노천 카페에서 벼락처럼 폭탄에 맞는, 상상조차 힘든 참극이 수시로 가능하고 그런 전쟁 중에도 나는 태평 무지한 채 별개의 일상을 이어갔을, 참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페이스북의 '세이프티 체크' 즉 '안전확인'은, 대규모 재해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나의 안전 여부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기능이다.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면 페이스북은 내가 프로필에 입력한 도시와 마지막 체크인 위치, 인터넷을 사용 중인 도시정보를 취합하여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만약 내 위치가 참사 지역으로 파악되면 안전 여부를 묻는 알림이 오게 되고, 안전 표시를 하게 되면 즉시 알림과 뉴스피드가 생성되어 페친들에게 내 상태가 전달된다. 일종의 비상연락망이 소셜 네트워크로 짜여지는 셈이다.

주로 쓰나미와 지진 등 자연재해 때만 가동됐던 이 기능을 페이스북은 작년 파리 테러 이후부터는 인위적인 참사에서도 활성화하기로 했고 지난 12일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활성화시켰다. 덕분에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했고, 서로의 소중함과 관심을 환기하는 덤도 얻었다.

하지만 이같은 서비스의 이면에는 내가 어디에 살고 누구와 교류하며 주 활동지가 어딘지를 속속들이 '보고받는' 빅브라더의 존재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15일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나 포스트를 신고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글 게시자에게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경찰의 도움을 제공하는 등 페이스북이 자살 방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선포하기도 했다.

다 좋다. 모두 바람직한 도움이다. '사는 게 전쟁'이라는 말이 자조섞인 푸념이 아닌 정직한 현실인 시대, 전방위 테러의 위협 속에서 매일의 안부가 더없이 소중해지는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디지털과 네트워크의 기술이 무력한 소시민의 가디언이 되어주는 것은 다행스럽다.

다만 이 모든 서비스의 주체가 공공이 아닌 사기업이고 그들이 수십억 다중들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미래는 두렵다.

거의 한달 가까이 멤버들과 동부로 캠퍼스 선교를 떠난다는 아이에게 최소 하루 한번은 '살아있는지' 카톡으로 알려라, 쓰기 귀찮으면 이모티콘 하나 눌러라고 했더니 '생각나면'하겠다는 무심한 대답이다.

재난이나 참사는 알려주는데, 일상 중에 내 가족과 지인들이 안전한 상태인지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은 없나를 순간 떠올렸다. 만보기처럼 폰 사용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오늘도 무사히' 알림을 보내주는 앱도 공상해본다. 하지만 모두가 개인의 일상을 노출하고 데이터로 제공할 때 가능한 결과물이다. 안전을 위해 또다른 안전을 포기해야 하는 기묘한 로직이다.

더 이상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시대, 사랑하는 이의 '밤새 안녕'이 간절해지는 시대다. 테크놀로지의 엽렵한 손재주에 위로받고 어쩔 수 없게도 더 많이 의지하고 싶은 연약하고 아픈 시대를 우리는 지금,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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