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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노년 자살…사회의 패배인가

[LA중앙일보] 발행 2016/06/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6/19 17:57

# 먹을 것이 부족한 일본의 두메산골. 만혼을 장려하고 아이를 버리는 것이 다반사, 오래 살면 죄인인 곳이다. 이 동네 법은 70세가 되면 나라야마(산)로 가서 죽어야 한다. 69세 어머니 오린은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홀아비인 아들 다쓰헤이가 걱정이고, 무엇보다 이(이빨)가 너무 튼튼했다. 남몰래 부싯돌로 이를 치곤 했지만 머리만 울릴 뿐이다. 아들이 새 며느리를 얻는 날, 기쁨에 돌절구 모서리에 냅다 이를 부딪쳐 앞니 두 개를 부러뜨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는 날, 따뜻한 눈이 내렸다. 1983년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나라야마 부시코'.

# 칸은 2012년 황금종려상에 '아무르(Amour)'를 선정했다. 은퇴한 80대 노부부. 어느 날 갑자기 경동맥이 막혀 오른쪽이 마비된 안느는 남편 조르주에게 다시는 병원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아내는 점점 기억과 의식을 잃어간다. 정성껏 간호하던 남편은 결국 베개를 든다. 마지막 순간을 치른 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비둘기 날아든다. 죽음은 사랑과 평화 사이에서, 존엄의 가치를 남기는 것이다.

# '아무르'가 상을 받은 그해 한국에서는 할아버지(78)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아내(74)에게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전날도 어김없이 저녁상을 챙기고 아내가 음식 먹는 것을 도왔다. 음식물을 흘리면 다시 입에 올려주었다. 50년을 같이 산 아내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의 초점을 잃었다. 주위에 잡히는 것을 마구 던졌다. 치매에 걸린 후 2년 가까이 있어왔던 일이라 그러려니 참았다. 막무가내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바람피운 거 다 알고 있다" "넌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며 막말을 해댔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절망과 서글픔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들에게 전화했다. "내가 너의 어미를 죽였다."

실존하는 인간에게 '죽음'은 없다.

살아 있을 때는 죽음의 실체에 대해 전혀 알 수 없고, 죽은 후에는 죽었다는 자체를 아예 인식할 수조차 없다. 죽음이란 우리가 사는 동안 어떠한 관계도 가질 수 없는 절대적 종말, 타인들에 의해서만 확인될 뿐이다. 다만 '죽음에 대한 기다림'만이 있을 뿐이다.

최근 8개월 사이 한인이 많이 사는 가든그로브 한 노인아파트에서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를 돌보던 할아버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두 할머니.

부모를 끝까지 모시는 것이 전통이었던 우리로서는 '이상이 있는' 부모를 격리시키기가 죄송스럽다. 웬만하면 집에 계시는 것을 바란다. 삶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노노(老老)가정'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사회 문제는 갈수록 악화할 조짐이다. 특히 치매에 걸리는 상황이 오면 부모 중 한 분이 다른 분의 수발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서구식 복지제도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잔인하다. 경제적 활동이 정지되고 누군가(주로 자식)의 경제 활동에 걸림돌이 되면, 각종 병원 등으로 가차없이 격리시킨다. 격리된 장소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은 '관계의 끈'이 얇아지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특히 노년의 격리된 삶은 생물학적 죽음을 기다리는 무미건조한 대기시간에 가깝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파멸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인의 자살… 그 죽음은 개인의 파멸인가, 아니면 사회의 패배인가.

노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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