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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저녁 '캘리 하지' 좋고도 피곤

길어진 낮, 달라진 일상
팜스프링 121도·버뱅크 111도

20일은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summer solstice)’였다. 낮의 길이가 무려 14시간이 넘는다.

해가 길어진 데다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으로 하루를 1시간 일찍 시작해 요즘 캘리포니아의 저녁은 하얗다. 21일 일출 시각은 오전 5시43분, 일몰은 오후 8시7분이니 8시에 해가 저문다고 해도 9시나 돼야 실제 어두워진다.

낮이 길어지면서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20일 LA타임스에 따르면 낮 길이는 생활, 소득, 건강, 성생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가 늦게 저물면 늦게 자고 돈은 적게 버는 등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낮이 길어 좋은 점은 주중에도 퇴근 후 하이킹, 서핑 등 운동과 야외활동을 즐기며 개인적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직장인 대니엘 김(35)씨는 “오후 6시에도 해가 중천에 뜬 것처럼 환해, 괜스레 ‘이렇게 일찍 퇴근해도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평일에도 샌타모니카에 가서 일몰을 보는 등 이맘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을 맘껏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 저녁 애완견 산책을 시키는 최화자씨는 “밝을 때 서둘러 산책하고 들어와 저녁식사를 준비했는데 요즘은 해가 길어 저녁 먹고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신체 리듬 및 하루 사이클이 달라지면서 고생하기도 한다.

어린 두 아들을 둔 제이미 김씨는 “애들이 평소 오후 9시쯤 잠자리에 들어가는데 요즘은 9시에도 환하니까 도통 자려하지 않는다”며 “10시 넘어 자고 다음날 늦잠 자는 통에 방학 전에는 매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고 말했다.

직장인 줄리 백씨는 “‘준 글룸(June Gloom)’의 흐린 날씨가 지나가니 오전 6시부터 들어오는 햇빛에 평소보다 일찍 깬다”며 “주중에는 일찍 출근할 수 있어 좋은데 주말에는 늦잠을 자지 못해 피곤이 풀리지 않는 기분이 들어 빛 차단을 위해 커튼을 어두운 색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를 기해 낮 길이가 다시 짧아진다고 하지만 신체가 그걸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레이첼 정씨는 “퇴근할 때 밖이 어둑어둑하면 ‘아, 하루가 끝났구나. 고생했다. 이제 좀 쉬자’ 하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은 밖이 너무 밝으니 이대로 집에 가서 눕기엔 루저(looser) 같고, 뭐라도 또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68세의 박미영씨는 “남편과 저녁에 동네 공원 산책하는 게 하루 낙인데 요즘은 산책을 못하고 있다”며 “해가 떴을 때는 너무 덥고, 해가 지고 나면 오후 9시가 넘어 너무 늦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살인적인 더위는 20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팜스프링은 낮 최고 기온이 화씨 121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인 1929년의 118도를 갈아치웠다. 밸리/우들랜드힐스는 112까지 올라 2008년 112도 이래 가장 더웠으며 버뱅크도 111도를 보이며 2008년의 106도를 뛰어 넘었다. 이외 LA다운타운은 98도, 풀러턴 106도 등 불볕더위로 펄펄 끓었다.

더위는 21일 한풀 꺾여 80~90도로 다소 떨어지나 다음주까지 이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살인 더위에 업소들은 웃고 울었다. 주말에 이어 20일, 특히 점심시간 냉면집, 팥빙수집 등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찰스 박씨는 “손님이 많을 것을 예상, 오전 11시30분부터 갔는데 이미 20명 가량이 대기하고 있어 다른 식당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선풍기, 음료 및 빙과 등 냉방용품과 먹거리도 불티나게 팔렸다. 반면 구이, 찌개, 탕 등 뜨거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은 한산했다.

불볕더위에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데이비드 김씨는 “일요일 한참 재미있게 농구경기를 보고 있는데 정전이 돼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LA수도전력국(DWP)에 따르면 20일 전력 사용량은 6080메가와트로 6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2008년 같은 기간의 6053메가와트였다. 연중 최고는 2014년 9월 16일 에 기록한 6396메가와트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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