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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오늘에 되살아난 고구려

[LA중앙일보] 발행 2006/11/0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6/11/02 17:31

정연진 한류포럼 대표

지난 여름 LA의 한빛모임이라는 교양강좌 모임에서 역사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마침 그 직전 모임이 동북공정에 대한 것이어서 고구려사에 대해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한국사 전문가나 고구려사를 연구한 전공자는 아니다. 그러나 고구려 역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하고픈 희망에서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고구려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할 수 있을까 고심을 하다가 몇 해 전까지 올림픽가의 한인회관 건물 벽화로 그려져 있어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무용총' 벽화가 떠올랐다. 말을 탄 고구려 무사들이 사슴과 호랑이 등을 겨냥하며 달리고 있는 수렵도이다. '고분벽화를 통해 보는 고구려사'로 주제를 정하고 고구려 벽화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400여 년간 고구려의 수도 국내성이 있던 지안(集安)시에는 고구려 시대의 고분이 1만 2천구나 남아 있으며 이 중 90여 개의 고분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고구려 벽화는 지안시 이외에도 평양 남포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되어 상당한 숫자가 현존할 뿐더러 1500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변치않는 화려한 색채를 간직한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다.

역사의 기록은 사가의 관점에 따라 누락되고 과장되는 것이 있는 반면에 벽화는 의식주 생활 풍속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이다. 자료를 모으면서 나 또한 천 오백 년의 세월을 넘나들어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상에 빠져들어 갔다.

요동의 험준한 산등성이를 경쾌하게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날렵한 무사들. 두 팔을 어깨 뒤로 확 젖히고 한 발을 들어올리며 멋들어진 춤을 추고 있는 무용수들. 손님상을 차리느라 분주한 아낙들과 색색의 주름치마와 땡땡이 무늬 옷을 입은 한껏 치장한 여인들….

또한 해의 신 달의 신 불의 신 등 여러 신들의 모습에서 올림피아 산에서 서로 시기 질투 사랑싸움에 바빴던 그리스 신들과는 좀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레바퀴의 신'은 수레의 나라로 일컬을 수 있는 고구려의 부와 교역의 상징이다.

고구려 고분에 자주 등장하는 세발 달린 새 삼족오는 까마귀가 아니라 태양을 상징하는 길조로서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자 천하의 중심이라 믿던 자주적 세계관을 대변한다.

벽화에서 되살아 난 고구려 사람들은 결코 싸움에만 능한 호전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담대한 기상과 유려한 섬세함 생활의 건강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벽화 속의 고구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문화의 힘'을 찾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각자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경청하던 한 선생님은 무릎을 탁 치면서 "그런데 가슴에 뭉클 와 닿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고구려의 후예라는 점입니다!" 라고 큰 소리로 외쳐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역사가 과거에서 그친다면 죽은 역사에 불과하다. 벽화의 이미지는 찬란했던 과거의 문화를 오늘에 되살려 미래를 향한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한류 문화의 원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고구려 벽화를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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