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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마음은 모든 것에 앞선다

[LA중앙일보] 발행 2016/06/28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6/06/27 19:31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망태기는 여태 비어있다. 집을 떠난 지 벌써 엿새째다. 그동안 근동의 산야는 물론 깊은 계곡과 잔설이 드문드문한 능선을 몇 개나 훑고 지나왔는지 모른다.

달포 전에는 온전한 약초만을 캐오라는 스승의 분부를 받고 얼추 보름을 헤맸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었다.

이번에는 독초인 것만을 캐오라는 분부를 받고 길을 나선 터였다. 설산자락까지 이 잡듯이 뒤지고 왔지만, 잎사귀가 독이 되나 싶어 캐보면 뿌리가 약이 되고, 열매가 독인가 싶으면 잎이 약이 되는 것들뿐이었다.

이럴 어쩌나, 애당초 스승님께 덜떨어진 청을 올린 일이 사단이었다. 때늦은 후회로 눈앞이 흐릿해진다.

당대, 인도대륙 최고의 명의이신 의왕(醫王), 핑갈라를 찾아 히말라야의 앞섶으로 몸을 옮긴지도 어언 칠년이 된다. 그동안 스승님의 무릎 아래서 신명을 다해 의술을 연마해 왔다. 이제 제법 사람의 병과 그 처방이 눈에 보인다 싶어, 보다 높은 의술을 배우고 싶노라고 당돌하고 시건방진 청을 드리고야만 것이다.

빈 망태기만 메고 돌아와 마땅히 둘 곳 없는 두 눈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있는데, 한동안 가만하시던 스승님이 따뜻한 미소에 뜻밖의 말씀을 담아내시는 것이 아닌가.

"이제야 네가 참된 의원이 되었구나. 나한테서 더는 배울 것이 없느니라. 돌아가 네 뜻을 펴도록 하여라."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고,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 풀잎 끝에 맺힌 이슬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듯이, 같은 약도 사람에 따라 독도 되고 약도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 없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지바카는 황송하여 그저 감읍할 따름이었다.

고향 마가다로 돌아온 지바카는 종횡무진 의술을 펴며 명성을 얻게 된다. 드디어 왕의 등창을 치료하면서 어의가 된다. 일설에 의하면 개복수술은 물론, 두개골 절개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고난도 의술까지 폈다고 한다.

아무튼 스승의 뒤를 이어 인도 최고의 명의로써 자리매김 할 즈음, 지바카는 평소 숭앙하며 그토록 뵙기를 원했던 사캬무니 붓다를 친견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 자리에서 붓다께서는 이런 말씀을 지바카에게 주셨다.

"지바카여! 참된 의원은 모름지기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기 전에 그들 마음의 병부터 살펴야 한다. 무릇, 사람의 병이란 대부분이 마음으로부터 오는 것이니라."

지바카는 전율했다. "아직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했던 '마음의 병'이라니. 육신이 앓는 병의 근원이 '마음'이라니. 그래, 이분이야말로 진정 의왕 중의 의왕이시다."

지바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붓다께 귀의하고 주치의가 되어 평생 그 분을 보살피게 되며, 수많은 수행자들을 치료하여 붓다로부터 의왕이라는 칭송을 받게 된다.

명상'이라는 Meditation과 '약'이라는 뜻의 Medicine, 이 두 개의 단어는 같은 어원인 라틴어 'Medicus(의사. 치료의. 약이 되는)'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몸의 병은 의술과 약으로, 마음의 병은 명상이란 약으로 치유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붓다께서는 몸은 마음의 그림자로, 몸의 병은 태반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셨다. 소가 수레를 끌듯이, '마음은 모든 것에 앞선다'. 불멸의 금언이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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