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81.0°

2020.08.13(Thu)

[프리즘] 꼭 팽이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

[LA중앙일보] 발행 2016/06/2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6/27 21:08

안유회/논설위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했다. 전세계 주가와 유가는 하락하고 금값과 엔화는 올랐다.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경제는 브렉시트의 소나기가 내리자 안전한 처마밑을 찾아 뛰고 있다.

브렉시트 소나기가 잦아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급은 아니라는 주장과 충격이 깊고 넓게 퍼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한다.

당장의 파장도 파장이지만 주의깊게 볼 것은 영국의 탈퇴가 구심력의 세계를 원심력의 세계로 변화시키는 단초가 되느냐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를 움직인 것은 구심력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2극 체제인 민주주와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뭉쳤다. 군사적으로도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소련과 동구권의 바르샤바조약기구로 결집했다. 유엔은 그보다 더 큰 구심력이었다.

유럽연합은 그런 시대 조류에서 탄생했다. 유럽은 1차,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뒤 미국과 소련에 주도권을 내줬다. 자연스레 '유럽끼리 싸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나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전쟁 방지 시스템은 없다. 상대적으로 쉬운 경제부터 통합하고 정치, 외교, 군사를 하나로 묶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다. 2차대전 이후 구심력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3일 영국은 이 거대하고 오래된 구심력에서 툭 튀어나왔다. 이것이 원심력의 시작인지, 단발성 사건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전후 문맥은 좀 미묘하다.

영국은 이미 1975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2년 만에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결과는 67%의 지지로 잔류가 결정됐다. 그때도 이슈는 '분담금은 많이 내고 지원금은 적게 받는다'였다.

분담금 불만은 이번에도 나왔다. 유럽 각국의 재정이 악화돼 분담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변수는 이민자 증가에 대한 불만과 주권 회복 주장이었다.

영국인들은 EU 탈퇴시 국내총생산(GDP) 2% 하락, 일자리 80만 개 이상 증발, EU의 금융수도 지위 상실이라는 무서운 경고에도 탈퇴를 택했다. 더구나 EU는 영국을 잡기 위해 영국정부에 이민자 복지혜택 제한권을 허용했고 의회의 자주권 강화도 허락했다. EU의 구속력을 상당 부분 포기하며 영국의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결론은 탈퇴였다.

잔류를 주장하는 측은 '유럽 안에서 더 강한 영국'을 외쳤지만 이민억제와 주권회복을 주장하며 '통제를 되찾다'고 외친 탈퇴의 힘을 막지 못 했다. 탈퇴 운동을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는 "오늘은 영국 독립의 날"이라고까지 외쳤다.

EEC 이후 전세계에서 결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라틴아메리카통합연합(ALAD),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비롯한 많은 무역협정은 구심력으로 작동한다. 브렉시트는 여기에 그 구심력이 예전만큼 힘이 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던졌다.

팽이는 구심력으로 돈다.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약하면 쓰러진다. 2차대전 이후 세계는 열심히 팽이를 쳤다. 그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국인 과반은 여럿이 모여 팽이를 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런 목소리는 미국에서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도, 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체코에서도 높다. 도널드 트럼프는 "영국인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의 주권을 되찾았다"고 편들었다. 새라 페일린도 "미국에서도 유엔의 족쇄가 벗겨지길 바란다"며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영국에 이어 팽이채를 내팽개칠 나라가 또 나올까? 후보는 많고 누구라도 팽이채를 내팽개치면 세계의 구심력은 약해질 것이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